봄날 같은 바람을 입으로 후후 식혀봅니다

by 글그림



잘 계시나요?

꽃이 피어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눈이 쌓였는지

이제야 깨닫게 됩니다


봄이라는 말조차

입안에서 얼어붙던 날들

당신이 떠난 뒤

바닥을 두드리며 겨울을 지났습니다


한때는 삶이

칼끝처럼 날카롭고

불길처럼 번졌지요

식은 국 한 숟갈에

눈물이 났습니다


당신은 들었을까요

이불속 숨어 우는 목소리

창백한 새벽이

내게 단 하나 남은 증오였다는 걸

사랑이라는 말이

얼마나 거짓말처럼 쓰던

날들이 지나고

그림자 하나 없는 길 위에 서 있습니다

당신의 이름이 사라진 하늘 아래

햇살이 발끝을 두드립니다


오늘

처음으로

봄 같은 바람이 불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말 없는 당신을 향해

아무것도 묻지 않는 당신을 향해


당신 없는 계절이

다시 흐르고 있습니다

나 혼자 살아 있는 이 계절에서

그냥 피어있기로 했습니다


이건 작별도 아니고

재회도 아니지만

당신을 묻어둔 그 길에서

다시 한번

살아보기로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제 나도

당신의 나이가 되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