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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믈리에 릴리 May 04. 2024

자전거와 삶의 무게

운동을 하자

40대가 넘으면 살려고 운동해야 한단다.
하지만 나는 운동을 좋아하지도 즐겨 하지도 않는다.
그러다 보니 체력은 약하고 운동보다는 누워있는 게 좋다.

그나마 하고 있는 것이 아침 10분 요가, 헬스장 러닝머신 그리고 자전거 타기이다. 

아침에 하는 10분 요가는 잠도 깨고 몸도 깨운다.
하지만 이거라도 안 하면 내 몸에 대한 양심 없다는 생각으로 한다.
목과 어깨가 얼마나 뭉쳐있는지 간단한 동작에도 아고고 소리가 절로 난다. 

또 하나 양심지키기로 매달 아파트 헬스장을 등록을 한다.
1주일에 3번은 가야지 마음먹곤 하는데 요즘은 그것마저 
못하고 있다. 

사실 내가 아파트의 헬스장을 등록하는 이유는 집과는 분리된 공간이기 때문이다.
주말이 되면 남자 4명이 복닥거리는 내무반 같은 우리 집이 답답해진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헬스장으로 탈출한다.
좋아하는 영상을 보며 러닝머신을 걷는 짧은 시간이 오히려 휴식이다.
아이들 역시 엄마가 운동 간다고 하면 마음 놓고 게임을 할 수 있어 좋아한다.
운동시간을 얻고 게임시간을 내준 것에 죄책감을 갖지 않아도 되는 건지 착잡해진다.

그리고 종종 자전거를 탄다.
오로지 두 바퀴 위에 내 몸을 싣고 달릴 수 있다는 건 참 멋진 일이다.
걷는 것과 다르게 바람을 가르는 느낌이 좋다.

자전거를 탄다고 하면 한강에서 라이딩하는 모습을 떠올릴지 모른다.
하지만 나의 자전거 타기는 생활형을 넘어 생존형 자전거이다.
도서관에서 욕심껏 빌려온 책을 실거나
장을 보고 바나나, 음료수같이 무거운 물건 실어 올 때 요긴하다.
그래서 늘 자전거 바구니는 앞뒤로 짐들이 가득하다.

아이들 학교 끝나고 가방 3개와 장본 물건들까지 싣고 나면 자전거도 휘청인다.
그게 꼭 나의 삶의 무게 같기도 하다. 


나이가 먹으면서 자전거로 오르막 올라가기가 점점 힘이 든다. 

오늘도 미리 힘을 주어 페달을 밟아야 하는 구간이 길어진다는 걸 느꼈다. 

하지만 균형만 잘 잡으면 무거운 짐을 싣고도 무사히 집으로 도착할 수 있다.
오르막을 오르긴 힘들지만 좀더 미리 힘을 배분해 두면 된다.

나에게 준비할 시간은 충분하다. 그게 참 고맙다. 


그래도 운동은 좀 더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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