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겁지만 가볍게

(눈, 물_안녕달 그림책)

by 북믈리에 릴리


%EB%88%88,_%EB%AC%BC.png?type=w966


안녕하세요 그림책을 통해 공감과 위로를 전하고 싶은 북믈리에 릴리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그림책은 안녕달 작가의 <눈, 물>입니다. 쉼표를 쉬고 읽으면 눈과 물로도 읽을 수 있지만 그냥 관성적으로 '눈물'로도 읽히며 이중적 의미를 생각하게 됩니다. 제목과 표지에서 알 수 있듯이 겨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요, 눈을 소재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1699885203651.jpg?type=w966


안녕달 작가가 겨울을 배경으로 한 작품 중 유사한 스토리로 <눈아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분위기는 정 반대입니다.


32464087008.20230919124154.jpg


<눈아이> 저자_안녕달/출판_창비


작가는 눈부시게 빛나다가도 금세 햇볕에 녹아 질척이게 되는 눈을 보면서, 따스한 온기에 오히려 사라져 버리는 존재인 ‘눈아이’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것을 모티프로 전혀 다른 두 작품, 『눈아이』와 『눈, 물』을 만들어 냈다. -교보문고 책소개


안녕달 그림책은 대부분 밝고 따듯한 것에 비해 이 책은 꽤나 슬프고 우울한 분위기입니다. 게다가 굉장히 두꺼워서(288면) 그림책이라고 제목만 보고 골랐다가는 깜짝 놀라실 수 있어요. 어쩌면 쉽게 손이 가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외면할 수만은 없는 현실을 담고 있어 이렇게 소개해 드립니다. 그래서 어른을 위한 그림책으로도 꼽힙니다. 주제는 무겁지만 눈이라는 소재는 공기처럼 가벼운 느낌을 주어 아이러니하네요.


작가는 무려 5년 동안 이 책을 그렸다고 하네요. 아마 마음에 담고 있던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첫 장면이 탁, 숨을 멎게 합니다.


20231111%EF%BC%BF115305.jpg?type=w966


겨울밤, 여자는 어쩌다 눈아이를 낳았다.


SE-78fa4c82-822e-11ee-a0a9-f18be7607692.jpg?type=w966



정말 어쩌다 그랬을까요. 다음 장면에서 추운 겨울에 얇은 여름 원피스하나 걸친 여자의 모습이 어떤 사연일지를 추측하게 만듭니다. 눈아이를 낳았는데 아이를 안아주면 녹아버리니, 여자는 아이와 거리를 두고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봄이 시작되었는지 문밖으로 초록이 다가와 눈아이를 위협합니다.



원래 우리에게 봄, 초록은 희망의 상징이었는데 눈아이에게는 위협의 존재일 수도 있네요. 눈아이를 지켜내기 위해 <언제나 겨울>을 구하러 여자는 바깥세상으로 나갑니다.



1699884770238.jpg?type=w966



하지만 화려한 바깥세상은 여자에게 너무 위험하기만 합니다. 눈이 부시도록 환한 백화점과 대비되는 맨발의 주인공의 모습이 안쓰럽습니다. 가장 밝고 즐겁고 따듯해야 할 크리스마스이브에 신발도 없이 맨발로 죽어가던 성냥팔이소녀의 모습이 겹쳐지네요.



20231111%EF%BC%BF115322.jpg?type=w966



여자에게 친절하게 다가오는 사람들은 결코 진정한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그녀에게 다가오는 시련들이 안타깝기만 하네요. 이 장면 이후에도 여자의 시련은 쉽게 끝나지 않습니다. 마지막 결말까지도 먹먹합니다.



‘눈아이’를 안전하게 지낼 수 있게 해 주는 장치인 ‘언제나 겨울’은 여자가 갖기에는 너무 값비싸다. 여자는 ‘언제나 겨울’을 사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하지만, 밝고 빠르고 풍족한 도시에서 오히려 아무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유령이자 그림자 같은 존재가 되고 만다. 도시 어느 곳에서나 ‘낙원’ ‘파라다이스’ ‘휴식’을 외치지만 오히려 이곳에서 여자는 더욱 시간에 쫓기며 헤맬 수밖에 없는 모습이 역설적으로 그려진다. -정세랑 추천글



저는 이 책을 읽고 혼자 아이를 낳고 세상과 맞서야 하는 미혼모를 떠올렸는데, 어느 블로그에서는 유산의 아픔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도 하시더라고요. 또 눈아이가 내면의 나의 존재를 보여주는 것 아닌가 하는 해석도 있었습니다.



글이 없는 만큼 '눈아이'의 의미는 독자의 상황이나 생각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소외된 자아, 혹은 이웃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생각해 보게 되는 그림책이네요.



조원희의 <얼음소년>이라는 그림책도 눈사람이 등장하고, 녹지 않도록 북극으로 가려는 여정 등 비슷한 점이 많아 함께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32496220833.20230502162538.jpg


<얼음소년> 저자_조원희/출판_느림보




<눈, 물>


글 없는 그림책, 어른 그림책, 그래픽노블, 미혼모, 겨울, 상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겨울 아이)



<Mắt, Nước>


Sách tranh không chữ, sách tranh người lớn, cuốn tiểu thuyết đồ họa, mẹ đơn thân, mùa đông, mất mát (Một cuốn sách hay để cùng đọc: Đứa trẻ mùa đôn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