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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비아 조 Sep 30. 2021

한국과 프랑스를 잇는 문화 기획자 4

세 번째 만남 이성은

실행력이 남다르신 것 같아요.


그때 활동했던 래퍼들이 지금은 다 메이저가 됐거든요. 그때 알고 지냈던 래퍼들이 쌈디, 빈지노, 이센스...


지금은 정말 유명한 분들이잖아요. 


그때는 이 분들이 영등포 옥탑방에 살고 그랬었거든요. 제 최애는 넋업샨이라 소울다이브 그룹에 있는 래퍼였어요. 저는 항상 마이너 한 걸 추구해가지고(웃음). 이 분을 너무 좋아해서 대학생 때까지 많이 보러 다녔어요. 근데 그러다 한국 음악에 대한 일종의 사춘기(!?)가 오고 그 이후부터는 해외 록 밴드를 파기 시작했어요. 저는 덕질을 한 번 시작하면 끝까지 가는 타입이라서 제가 예술을 업으로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성공학 덕후가 되기 위해서예요(웃음) 그래서 어학 시절 가장 좋았던 것이 제가 보고 싶었던 밴드들을 다 보러 다닐 수 있었던 거에요.


저는 어학연수 때 공부만 하신 줄 알았어요(웃음). 


석사 과정을 할 때는 공연을 보러 많이 못 다녔지만 어학 때는 그런 게 없었죠(웃음). 그리고 제가 어렸을 때는 페스티벌에 관련된 '오아시스를 만날 시간'이라는 유명한 책이 있었거든요. 이 책을 읽고 해외 록페를 다녀야겠다고 결심하고 여러 축제를 갔어요. 영국의 글라스턴베리 페스티벌, 스페인의 프리마베라 사운드, 프랑스의 록 엉 센(Rock en Seine) 같은. 그러다가 제가 좋아하는 그룹의 밴드를 세 번이나 우연히 만나고, 밴드 맴버의 메일 주소를 받기도 했었어요. 


성공한 덕후가 되기 위해 혼자서도 잘 다니는 콘서트 (출처 : 이성은님)



와...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예요? 


공연 전에 굿즈를 사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친구와 한국어로 얘기하고 있으니깐 어떤 분이 너희 어디서 왔냐 물어보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 한국에서 왔다 이렇게 대답하니깐 누구 팬이냐 물어서 더 매카비스라는 밴드 팬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니깐 바로 제가 좋아하는 멤버에게 전화를 하는 거예요 나오라고. 그래서 그렇게 만난 적이 있어요. 


역시 남다른 실행력... 저는 어떤 가수를 좋아해도 그 가수가 광고하는 과자를 사는 정도의 덕질밖에 못 하거든요(웃음). 


덕질에 얽힌 스토리가 많아요(웃음). 한 번은 혹시 피닉스(Phoenix)라는 그룹 아시나요? 


한 번 들어 본 것 같아요.


프랑스 밴드인데 이 밴드도 제가 엄청 좋아하는 밴드거든요. 글라스턴베리 축제에서 공연을 봤는데 마침 제가 한국으로 돌아오던 해에 이 밴드가 축제에도 오고 단독 공연도 했어요. 그래서 축제도 가고 공항에도 갔는데 공항에서 만나서 컵케잌 위에 지금까지 나온 앨범 커버를 그려서 준 적이 있어요. 피닉스 맴버들에게 불어로 제 소개를 하고, 너희를 너무 좋해서 더 열심히 불어 공부를 라는 내용의 편지를 써서 줬는데 피닉스가 제 이름을 언급하면서 공식 계정에 케이크 사진을 올린 거예요.


성은님이 선물한 팬케이크



팬에게는 엄청난 일 아닌가요. 


그때 같이 알고 지내던 그 밴드를 좋아하는 팬분들에게 연락이 쏟아졌죠(웃음). 그 후에 피닉스가 내한 공연을 왔을 때 다시 한 번 만나기도 했고 매니저를 통해서 제게 고맙다는 메일을 보내주기도 했었어요. 


덕질이든 일이든 정말 한 번 하면 끝까지 하시고 그래서 그런 기회가 많이 찾아오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 락밴드 덕질에서는 좀 벗어난 것 같아요. 최근에는 메이저 중에 메이저인 BTS를 좋아하게 됐습니다. 


어떻게 갑자기 마이너만 파다가 메이저 중에 메이저인 BTS에 빠지시게 된 거예요? 


제가 나이가 들면서 다시 케이팝을 듣게 됐어요. 그러다가 빠져버리게 됐죠(웃음). 


근데 BTS와는 그런 일화가 생기기 힘들 것 같아요. 


제 다음 목표는 BTS와 같이 일을 하는 거예요. 이렇게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길을 찾아보는 거예요. 목표를 향해 노력하다보면 어떻게든 된다니까요. 제가 나중에 BTS와 일하게 되면 꼭 소식 알려드릴게요. 


듣고 보니깐 정말 그러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게 되면 꼭 전해주세요. 그러고 보니 제가 아는 언니가 프랑스의 영상 관련 회사에서 인턴을 했었는데 BTS가 프랑스에서 콘서트를 한 번 했었잖아요. 그때 그 언니가 콘서트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고 그랬었거든요. 


좋겠다. 


그런데 또 그 언니는 전혀 관심이 없어가지고(웃음). 


사실 제가 문화원에서 일하는 기간 동안 방탄소년단이 대통령 순방 행사 때 온 적이 있었어요. 문화원에서 기획한 공연에 왔었거든요. 근데 제가 아직 그때 락 춘기여서(웃음). 나는 케이팝 같은 거 안 듣는다 공연표 안 주셔도 된다 이랬었어요. 


어떻게 타이밍이... 


그래서 제가 그때 일을 항상 후회하고 있어요. 


어떻게 하다 보니 덕질에 대한 이야기를 오래 했네요(웃음). 주말에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시는 편인가요?


제가 코로나 기간 동안 많이 조심했거든요. 그래서 요즘에는 주말에 못 만났던 친구들 만나고 영화도 보러 가고 미술관도 가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여행도 좋아하시나요? 


엄청 좋아해요. 


어느 나라에 가보셨나요? 


이곳저곳 많이 가봤는데 가장 좋아하는 나라는 포르투갈이에요. 


포르투갈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포르투갈은 정말 한 번 꼭 가보셔야 해요. 제가 혼자 여행하는 걸 좋아해서 스페인, 이탈리아, 모로코, 이탈리아, 독일, 영국,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등 프랑스에서 가까운 나라는 다 가본 것 같아요. 또 덕질 때문에 미국도 한 번 갔었어요. 롤라팔루자라는 시카고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이 있는데. 제가 또 킹스 오브 리온(Kings Of Leon)이라는 밴드를 좋아해서 그 밴드의 고향인 내슈빌까지 갔었습니다. 


진짜 대단하신 것 같아요.


뉴욕에도 갔었어요. 뉴욕에 인디신에 있는 밴드들이 공연하는 곳에 가서 CD나 바이닐 같은 것도 수집하고. 대학 시절은 그렇게 보냈던 것 같아요.


혹시 파리 말고 다른 도시에서 살아보고 싶은 마음은 없으신가요? 


저는 파리가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제가 어학을 할 때 소도시에 살았었잖아요. 너무 평화롭고 좋긴 한데 심심한 거예요. 그래서 TGV MAX를 사서 정말 한 주도 쉬지 않고 매번 주변 도시로 여행을 다녔어요. 게다가 저는 서울 출신이라 도시의 문화적 혜택에 익숙해서 이걸 포기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또 제가 프랑스에서 4년 넘게 살면서 점점 한식에 맛들려 가고 있거든요. 한인마트가 없거나 아시아 레스토랑이 없는 도시에 가면 저는 미쳐버릴 것 같아요(웃음). 제가 락다운 기간 동안 디종에 있었잖아요. 한식 재료를 구할 수 없는 점이 너무 힘든 거예요. 물론 택배로 인스턴트식품을 시켜서 배달해 먹긴 했는데 아무래도 한계가 있었죠. 


그럼 혹시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은 없으신가요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한 번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런데 오래 살기보다는 안식년 정도로 짧게, 휴식을 위해서 살아보고 싶어요. 저는 프랑스와 잘 맞는 것 같아요. 


그래도 혹시 프랑스 살면서 힘든 점이 있나요? 


가장 힘든 점은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을 자주 못 본다는 점 같아요. 게다가 코로나 이후로는 왔다 갔다 하는 과정이 너무 복잡해졌잖아요. 그래서 더 못 가고 있는 상태여서 힘들어요. 그다음은 음식인 것 같아요. 제가 원래 빵순이여서 프랑스 가면 매일 맛있는 빵 먹겠다고 좋아했었는데 오래 살다 보니 빵이고 파스 타고 양식에 질려버린 거예요. 자꾸 한식만 찾게 되고. 근데 너무 바쁠 때는 한식을 요리 해먹을 수 있는 시간이 없잖아요. 프랑스도 배달앱이 잘 되어있지만 Uber eats 같은 곳에서 배달원으로 일하시는 분들이 열약한 환경에서 일을 하셔서 배달 서비스를 사용하는 걸 즐거워하지 않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배달 음식도 안 먹다 보니깐 너무 힘든 거예요. 그런데 한국은 빙수도 배달이 되는 나라잖아요(웃음). 새벽 4시에. 그런 점들이 좀 그립기는 해요. 


그럼 혹시 갑자기 모든 걸 정리하고 한국에 가고 싶다 그런 적은 없으셨나요? 


있었죠. 취업이 안 될 때도 그랬고 논문 막판에 너무 힘들 때 내가 여기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렇게 고생하나 생각을 하기도 했었고요. 그리고 파업도 엄청 많았잖아요.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데 갈 수 있는 방법은 없고 그래서 우버로 출퇴근을 하니깐 한 달 동안 우버에 쓰는 비용만 600유로 정도 됐었거든요. 그래서 내가 돈을 왜 버는 거지 이런 생각도 하고 또 파리 가을 겨울 날씨 아시잖아요. 그러니깐 더 우울해지고... 영구 귀국하고 싶다 이런 건 아니었는데 휴식기를 좀 가지고 오고 싶다 이런 마음은 있었어요. 



다음 편에서 계속




인터뷰어 조소희 

파리 8 대학 영화과를 졸업한 후 단편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인터뷰이 이성은 @cat.a.paris

숙명여자대학교 프랑스 언어 문화학 / 홍보광고학 복수 전공

숙명여자대학교 프랑스 문화 매니지먼트 졸업 - 경영학 석사

Unniversité Paris-Dauphine Management des Organisations Culturelles (문화예술경영) 졸업


전) HSAd France 인-스토어 마케팅 담당

현) 주프랑스 한국문화원 언론 홍보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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