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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비아 조 Oct 01. 2021

한국과 프랑스를 잇는 문화 기획자 5

세 번째 만남 이성은

파리 생활 중 가장 만족스러운 점은 무엇일까요?


가장 만족스러운 건 완전한 자유 같아요. 저희 부모님이 굉장히 좋은 분들이지만 아무래도 보수적인 면이 있으세요. 항상 통금도 있었고 원하시는 직업도 공무원이고 그랬거든요. 그런 압박에서 떠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긴 하지만 제 의지대로 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만족스럽습니다. 


프랑스에 있다가 오랜만에 한국에 갔을 때 체감되는 변화가 있으신가요? 


제가 보통 2년마다 가는데 제가 사는 동네만 해도 완전히 바뀌었더라고요. 역 주변에 스타벅스가 두 개가 들어오고 정말 많은 가게들이 트렌드에 맞춰 변화되어 있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어렸을 때부터 홍대에 언더그라운드 공연을 보러 많이 다녔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지금은 그때의 분위기가 안 남아있더라고요. 대기업 브랜드가 다 차지하고 있고... 언더그라운드 공연장도 지금은 거의 사라졌고요. 그래서 한 번은 동생이랑 쇼핑을 하러 갔었는데 아무것도 알아볼 수가 없더라고요. 그때 좀 많이 슬펐어요. 


저는 초등학생 때 가봤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있는데 그때만 해도 뭔가 날 것에 느낌이 있었거든요. 저만해도 아쉬운데 홍대에 애정이 있으셨다면 더 그러실 것 같아요. 프랑스와 한국에서의 삶의 질을 비교해본다면 어떠신 것 같은가요? 


삶의 질은 한국이 훨씬 좋은 것 같아요. 편리하고 깔끔하고 신속하고... 그리고 사실 프랑스에서 가장 힘든 건 비자 같은 외국인 신분 때문에 겪게 되는 일이잖아요. 나는 합법적으로 이곳에 거주하는 것이 전혀 문제가 될 게 없는데 그럼에도 비자 신청할 때마다 마음 졸여야 하고 그런 거요. 비자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다들 하나씩 있잖아요. 저는 석사를 연장할 때 준비해야 하는 서류를 모두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시청에 6시간 동안 묶여있었거든요. 그게 약간 트라우마로 남은 것 같아요. 


어쩌다가 6시간이나 묶여계셨던 거예요? 


출석률을 봐야 한다고 학교에 전화하라고 한 거예요. 근데 학교 사무실이 전화를 잘 안 받잖아요 그래서 담당자가 전화를 받고 서류를 보내주실 때까지 기다렸었어요. 


저도 비슷한 에피소드가 있어요(웃음).  그런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으면 트라우마로 남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경시청 분위기 아시잖아요. 그분들은 절대적 갑이고 나는 을인. 분위기를 바꿔서 파리에서 자주 가는 곳이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저는 집에서 공부가 안 되는 스타일이어서 항상 카페에 자주 가거든요. 카페도 조그만 규모의 카페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가장 자주 가는 카페는 lomi라는 곳인데 혹시 아세요? 


저는 처음 들어보는 카페예요. 


카페 lomi (출처 : http://www.brian-coffee-spot.com/2015/02/02/cafe-lomi/)


18구에 있는 곳인데 카페에서 자체적으로 원두 로스팅을 하거든요. 그래서 원두 종류도 많고 디저트도 맛있습니다. 커피 클래스를 운영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공부할 때가 아니라도 맛있는 커피를 먹고 싶을 때 자주 가는 곳입니다. 


그런데 집에서 공부가 안 되는 스타일이시면 락다운 시기에 정말 힘드셨을 것 같아요. 


네 그것 때문에도 정말 힘들었어요. 또 제가 집중이 되는 시간대가 저녁이에요. 그래서 낮에는 집안일을 하고 저녁 9시부터 집중해서 할 일을 했어요. 


저도 저녁에 집중이 잘 되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그때부터 슬슬하다가 자정이 됐을 때 달아오르고 그 후로 두 세시까지 하다가 잠들고 그래요. 


그럼 보통 몇 시에 일어나세요? 


출근을 해야 하면 출근 시간에 맞춰서 일어나고요. 아니면 오늘은 11시까지 자고 일어났습니다(웃음). 


초반에는 따라가기 힘들었던 석사 수업 (출처 : 이성은님)



저도 비슷합니다(웃음). 지난 4년간의 프랑스 생활을 돌이켜 보시면 어떠세요? 


그래도 잘했다.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지내다 보면 귀국하는 친구들이 있잖아요. 물론 그중에 학업을 마치는 게 목표였고 또 돌아가서 승승장구하는 친구들도 많지만 여기에 남고 싶었지만 취업이 안되거나 비자 문제로 돌아간 친구들도 있잖아요. 그런 친구들을 보면 제가 그 친구들보다 잘나서 그런 건 아니고 운도 따라주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것저것 많은 노력을 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 기회가 주어진 것 같아요. 그래서 장하다(웃음)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프랑스에서 살면서 내가 변했다고 느낀 순간들도 있으신가요? 


저는 좀 여유로워진 것 같아요. 물론 지금도 이것저것 하는 일이 많지만 한국에서는 정말 여유롭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여기서는 제가 서두르고 급하게 한다 해서 풀리는 것이 없잖아요. Ça arrive(이런 일도 생길 수 있지), ça dépend(케이스 바이 케이스) 이런 말을 많이 쓰게 된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제가 변했다는 걸 느끼죠. 작년에 잠깐 한국에 들어갔을 때 은행 계좌도 다시 갱신해야 하고 그런 문제가 있었는데 은행에 갔더니 몇 분만에 바로바로 처리가 되는 거예요. 또 유심을 정지해놨었는데 그 유심을 넣고 114에 전화를 했더니 정말 1초 만에 개통을 해주시는 거예요. 그런 속도감이 그립고 편하긴 하지만 동시에 그만큼 급해지는 면도 있는 것 같아요. 


혹시 10년 뒤에는 모습을 생각하시면 어떤 모습이 그려지시나요? 


제가 사실 말씀을 못 드린 것이 있는데...


네. 


제가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으로 이직을 하게 됐어요.


합격자 공고를 본 것 같아요. 문화원 홈페이지를 항상 확인하거든요(웃음) 그게 성은님이셨구나. 정말 축하드립니다. 


맞아요. 최종 합격은 했는데 공공기관이다 보니 신원조사 등에 시간이 걸리거든요. 그래서 말씀을 못 드렸어요. 그래서 문화원에서 일하게 되면 BTS와 일할 기회가 한 번은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죠. 내가 기획하고 초대하면 되니깐(웃음).


어쨌든 질문에 답하자면 아마 팀장급이 되어서 후배들에게 많은 노하우를 전수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박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거든요. 그래서 10년 뒤에는 박사 과정을 마쳤을 것 같아요. 


왠지 하실 것 같아요. 


아직은 이르지만, 일에 적응되고 시간이 되면 도전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책도 내고 싶고요.


어떤 분야의 책이요? 


제 연구 분야에 관한 책을 내고 싶고 그리고 제가 이것저것 관심 있는 게 많다 보니깐 여행책도 내보고 싶어요. 


저도 꼭 읽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프랑스에서 취업을 꿈꾸는 한국 여성분들에게 해드리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가장 드리고 싶어요. 제가 실제로 겪었기 때문에 말씀드릴 수 있는 건데 어떻게 보면 잔인한 말이지만 각자 자기의 타이밍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엄청 많은 지원을 했고 엄청 많은 거절을 받았거든요. 결국에는 제가 가장 일하고 싶었던 한국 문화원에서 일을 하게 됐지만 지금에 도달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목표를 세우고 타이밍을 기다리며 하나하나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들을 준비하면 언젠가 반드시 기회는 오는 것 같아요. 물론 거절을 많이 받으면 조급한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지만 언젠가 때가 오겠지 생각하면서 조금 마음을 편안하게 먹었던 것 같고 그랬을 때가 오히려 더 잘 풀린 것 같아요. 

  


2021년 7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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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히 한국으로 귀국하면서 성은님과의 인터뷰는 줌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하지만 성은님의 열정과 그간의 노력은 화면을 너머 고스란히 전달이 되었다. 나도 언젠가 지난날을 돌아보면서 스스로에게 '장하다'이야기를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인터뷰어 조소희 

파리 8 대학 영화과를 졸업한 후 단편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인터뷰이 이성은 @cat.a.paris

숙명여자대학교 프랑스 언어 문화학 / 홍보광고학 복수 전공

숙명여자대학교 프랑스 문화 매니지먼트 졸업 - 경영학 석사

Unniversité Paris-Dauphine Management des Organisations Culturelles (문화예술경영) 졸업


전) HSAd France 인-스토어 마케팅 담당

현) 주프랑스 한국문화원 언론 홍보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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