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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비아 조 Sep 21. 2021

퇴사한 프랑스 회사에서 복직 제의를 받기까지 3

두 번째 만남 곽경혜

한국인이 일을 잘하는 건 모두가 아는 것 같아요. 저도 프랑스 스타벅스에서 일한 적 있는데 저를 뽑아 준 매니저가 한국인을 선호하는 매니저였어요. 일을 잘한다면서(웃음). 그럼 인터뷰를 보고 얼마 만에 합격 연락을 받았나요?


그날 저녁 바로 연락이 왔어요. 일주일 후부터 출근을 하라고요. 그리고 첫 출근 후 일주일 뒤에 오스트리아 본사에 가서 교육을 받았어요.


먼저 터득하신 프랑스 잡 인터뷰 팁이 있다면 알려주실 수 있나요? 


인터뷰도 인간 간의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에 한 번 마음을 울리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한 발짝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나를 보고, 나를 하나의 상품으로 생각해서 요리조리 뜯어보는 것도 좋아요. 어떤 부분을 세일즈 포인트로 잡아야 하는지 단점이 있다면 어떻게 포장할 수 있는지 그런 것들이요. 


프랑스 인터뷰와 한국 인터뷰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떤 차이가 있나요? 


아무래도 면접관의 태도 차이가 커요. 이 사람이 과연 팀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을지를 알아보기 위해 의도를 숨기지 않고 직접적으로 물어봐요. 그렇기 때문에 면접을 보는 사람도 헷갈리지 않고 질문에 잘 대답할 수 있죠. 그에 비하면 한국은 의례적인 질문이나 질문을 위한 질문이 많은 편이죠.


맞아요 요즘은 많이 줄어드는 추세라지만 한국에서는 한동안 압박면접이 성행하기도 했죠. 보통 한국에서 면접을 보면 면접관이 앞에 여러 명 나란히 앉아있고 지원자들이 개인 혹은 팀을 이뤄 면접장에 들어가잖아요. 프랑스도 비슷한가요


제가 겪은 바로는 1차 때는 보통 인사과 사람과 1대 1로 면접을 봤고 2차는 좀 더 높은 직급의 사람과 3차는 저와 실제 일을 같이 하게 될 사람들과 봤어요.


결혼 전 친구들이 열어준 파티에서



그전에 일했던 한국계 회사와 새로 일하게 된 회사의 분위기는 많이 달랐나요?


일단 새로 일하게 된 회사는 위계가 전혀 없었어요.


Tutoyer(반말) 했나요? 


맞아요. 


프랑스에서 적응이 쉽게 안 됐던 문화 중 하나가 저보다 나이가 10살, 20살이 많은 사람 하고도 Tutoyer 하는 문화예요. 드물긴 하지만 교수님과 Tutoyer 하는 학생을 보면 제 안에 유교 정신이 살아나곤 했죠(웃음). 생각해보면 대학에서 Professeur라는 호칭을 잘 안 썼던 것 같아요. 


맞아요. 보통 이름을 부르거나 Monsieur, Madame이라 부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오히려 Professeur라는 호칭을 쓰면 좀 튀어 보이기도 하죠. 회사에서는 고민할 필요 없이 먼저 여기는 Tutoyer 한다고 미리 말해줬어요.


그곳에서 일 년 정도 일을 하다 시앙스포(Sciences Po, 파리 정치 대학)에 입사하셨는데요. 어떤 경로로 이직을 하시게 된 건가요? 


회사에 만족했지만 전공을 살리지 못한 아쉬움이 컸어요. 저는 심심하면 링크드인에 들어가거든요. 마침 제 전공과 딱 맞는 오퍼가 떠서 클릭해봤어요. 상세 설명을 보니 여행을 좋아하고 이벤트나 여행을 계획해 봤고 도시 계획을 전공한 사람을 찾더라고요. '어 이거 딱 난데'(웃음) 생각이 들어서 지원했죠. 딱 하나 걸렸던 것이 CDI(정규직)가 아닌 CDD(계약직)라는 점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그동안 프랑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취업을 했건 CDI 계약만 했었거든요. 그래서 계약직의 설움을 몰랐었어요.


생각보다 CDI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저도 스타벅스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CDI 계약을 했거든요. 제가 일했던 지점의 부점장님이 한국인이셨는데 석사를 졸업하시고 계속 스타벅스에서 커리어를 쌓고 계시기도 하셨어요. 일반 회사가 아니라 학교라서 절차가 조금 달랐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 과정으로 채용 절차가 이뤄졌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제가 BENE 인터뷰 면접을 볼 때와 별 차이는 없었던 것 같아요. 똑같이 인터뷰를 3차까지 봤어요. 1차 인터뷰는 전화로 HR(Human resources 인사부) 담당자와 진행이 됐고 2차는 석사 디렉터와 HR건물에서 진행했어요.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고, 한국에서 어떤 공부를 했고, 프랑스와 한국의 도시계획은 무엇이 다른지, 논문은 무엇에 대해 썼는지 등의 질문을 받았어요. 취직 후 실용적인 업무와 연구직 업무를 동시에 수행했는데, 운이 좋게도 제 논문 주제가 입사 후 진행하게 될 연구 주제와 맞아떨어져서 예감이 좋았었죠. 2차 면접 결과는 2주 후에 알려주겠다고 했었는데 그때가 노엘 시즌과 겹쳐있었거든요. 2주가 지나고 노엘 시즌이 지나도 연락이 오지 않길래 떨어진 줄 알았어요. 마음을 접고 얼마 뒤에 전화로 3차 면접 안내를 받았어요. 3차는 HR건물이 아니라 도시 학과 건물에서 진행됐어요. 여성 분 한 명과 나이가 지긋하신 남성분 한 명이 계셨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여성 분은 석사를 총괄하는 분이었고 남성 분은 Urban School 학장이었어요. 학장님은 논문을 집중적으로 물어보셨어요. 나중에 이분과 함께 연구를 같이 진행했고 제 직속상관이 된 여성분은 어떤 식으로 행사를 주관했는지, 초대 손님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카탈로그는 만들지 아는지 등 실무적인 능력 위주로 물어봤어요. 


프랑스 면접은 좀 더 실용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면접자가 업무를 잘 수행할지 아닐지는 같이 업무를 하게 될 사람이 제일 잘 알 거 아니에요. 인터뷰는 모두 불어로 진행됐었나요? 


영어와 불어 두 언어로 진행됐어요. 수행해야 할 업무 중에 영국을 오갈 일이 많았기 때문에 영어 능력도 중요하게 본 것 같아요. 


결과는 언제 나왔나요? 


2차처럼 3주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숨 막히네요(웃음).


시앙스포는 아무래도 전통이 깊은 학교다 보니 채용 절차도 보수적으로 진행된 것 같아요. 직원을 고용할 때 거쳐야 할 절차가 일반 회사보다 많은 거죠. 어쨌든 3주 뒤에 합격 결과를 알려주며 바로 출근할 수 있냐고 물어보는 거예요. 


당시 아직 BENE에 근무 중이셨으니깐 이직 절차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아요. 


맞아요. 특히 BENE에는 1년에 266일 이상 일하는 책임자급 계약에 묶여 있었거든요. 이 계약에 속해있는 사람은 최소 이직 3개월 전에는 회사에 통보를 해야 했어요.  


그럼 3개월 더 BENE에서 일을 하신 건가요?  


맞아요. 대신 시앙스포 쪽에서 Lettre de promesse d'embauche(고용 약속 편지)를 보내줬어요. 제가 언제까지 현 직장에 근무하고 언제부터 시앙스포에 근무를 시작하는지 적힌 편지예요. 저는 시앙스포 쪽에 이 내용을 확인하는 답장을 보내줬고요. 이 편지가 있어야만 낙동강 오리알 신세를 면할 수 있어요(웃음).


시앙스포에 대해 소개를 해주실 수 있나요? 


시앙스포는 일단 프랑스에서 손꼽히는 명문 대학이에요. 정계 주요 인사들을 가장 많이 배출한 학교죠. 마크롱 대통령도 시앙스포 출신이고요. 정확한 명칭은 Institut d'Études Politiques de Paris예요. 학부 과정은 프랑스 전역에 7개 도시에 캠퍼스가 있어요. 여러 학부가 있는데 저는 그중 도시 학부에 들어가서 일을 하게 됐죠. 


거기서 어떤 업무를 하셨나요?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것이 주된 업무였어요. 석사 생들이 한 학년에 30명 정도 들어오거든요. 이 학생들을 3명씩 10팀으로 나눠 정부 기관, 사기업, 공기업 등에서 받은 프로젝트를 배당하고 관리했어요. 예를 들어 파리 시청 도시계획과에서 에어비엔비 현황에 대해 조사를 하고 싶은데 자체 인력이 부족하거나 굳이 자체적으로 처리할 필요가 없을 때 쉽게 말해 우리 쪽에 외주를 요청하는 거예요. 


시앙스포 재직 시절 사용했던 사원증



프로젝트를 달성하고 받은 지원금은 어떻게 사용되나요? 


제 두 번째 업무 기도 한데, 산학협력 프로젝트 지원금으로 받은 금액은 다음 해 연초에 떠나는 스터디 트립 비용으로 쓰이게 돼요.


말만 들어도 좋네요(웃음). 어떤 프로그램인가요? 


일 년에 한 번씩 한 나라의 수도를 방문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제가 진행했을 때는 당연히 서울에 갔죠(웃음). 저 혼자만의 결정은 아니고, 제가 들어오고 난 후에 잘됐다고 서울에 가면 좋겠다 하셨어요. 그 전에 근무했던 멕시코 직원은 멕시코 시티에 다녀왔다고 들었어요. 


그럼 서울에 동행하신 건가요? 


맞아요(미소). 


일로 서울 여행이라니 너무 좋았을 것 같아요. 언제 다녀오셨나요? 


2020년 1월에 갔어요. 일주일 코스였는데, 돌아오고 나서 바로 다음 날 한국에서 코로나 첫 번째 케이스가 발생했어요. 정말 아슬아슬했죠.



다음 편에 계속




인터뷰어 조소희 

파리 8 대학 영화과를 졸업한 후 단편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인터뷰이 곽경혜 @kate.in.paris

프랑스 생활 11년 차.

파리 4 대학 도시계획학 석사 졸업. 

현 오스트리아 가구회사 Bene의 프랑스 지점 운영책임자(Operation Manager)




사진 출처

배경 사진 <Ses souvenirs>, Peichen 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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