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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퍼 Oct 18. 2021

내 사랑 스노위

나의 사랑스런 몰티즈 강아지 

눈처럼 하얗고 추운 겨울 널 데려왔다고 해서 스노위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했지만 실은 너에게 말하지 못한 비밀이 있어.     


그 당시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캐릭터 이름을 따서 너 이름을 지은 거였어

존 스노라는 이름을 지으면 너도 그 사람처럼 씩씩하게 자랄 거라 생각했어   

  

퇴근하고 피곤에 찌들어 널 볼 틈도 없이 침대 위에 올라가 잠든 날

너에겐 높았던 침대 위를 어떻게 올라왔는지

내 품 속에서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고

 사진을 찍을까 하다 잠에서 깰까 봐

움직이지 못하고 지켜만 봤어.     



두 손을 모아 손 위에 너를 올려두면

이 조그마한 게 어떻게 숨을 쉬고 있는지 궁금하더라

그 와중에도 맑은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게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 몰라     


조그만 게 아침엔 얼마나 짖어대던지 귀청이 떨어지는 줄 알았어.

그런데 신기한 게 일어나서 시계를 보면 항상 일어나야 하는 시간에

열심히 짖더라고. 우연인 걸까? 너 시계 볼 줄 알았던 거니?

우리 아이에게도 신기한 재능이 있다며 친구들에게 자랑했었어.   

       

널 떠나보내고 처음 집에 돌아온 날 하염없이 울었어

네가 항상 앉아있던 방석 

네가 항상 물고 다니던 초록색 브로콜리 인형

네가 항상 차고 다니던 목줄

여기엔 너 빼고 모든 게 다 있더라     


상자 안에 네 물건을 넣어두고 차마 버리지 못해 

며칠을 침대 옆에 두었어.     


10년이 지나면 금수강산도 바뀐다는데 

나는 아직도 검은색 두 눈, 검은 코, 흰색 털 만 보면  네가 생각나 


그때 간식이라도 많이 줄걸

그때 산책이라도 많이 할걸 

그때 사랑이다로 많이 줄걸


네가 없는 빈자리는 아직도 채워지지 않아 아쉬움만 한가득이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나에게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주어서 고마워 

내가 누군가에게 한 없이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알려줘서 고마워

내가 웃음이 많은 사람이라는 걸 알려줘서 고마워  

         

내 사랑 스노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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