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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퍼 Feb 12. 2022

 누가 새벽 3시에 요리를 하고 있는 거야

해외 / 호주 일상 이야기

요즘 무더위 때문에 밤잠을 설친다. 하루에 사계절이 있다고 할 정도로 변덕이 심한데 한번 더운 날이 시작하면 30도를 넘어가지 않는 날이 없다. 에어컨은 거실에만 있다 보니 방안까지 냉기가 전해지려면 온갖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에어컨 아래 선풍기 한대, 방 앞쪽에 선풍기 한대, 얼려놓은 얼음물을 선풍기 뒤에 두면 끝난다. 방 안의 온도가 얼마나 높은지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방안 공기 때문에 숨이 턱 막힌다. 덕분에 이불 빨래를 해도 건조하는데 걱정 없다.



전기세 때문에 에어컨을 틀지 않으려고 해도 이러다가 내가 죽겠다 싶어서 요즘은 그냥 숨쉬기 힘들어질 것 같으면 바로 에어컨을 튼다. 집을 알아볼 당시 한쪽 면이 전부 유리로 되어있어서 바깥 뷰도 볼 수 있어서 좋았지만 실제로 살아보니 여러 가지 단점들이 존재했다. 



 그중 가장 큰 단점은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다는 점이다. 특히나 겨울에는 히터를 틀면 습기 때문에 곰팡이가 생겨 매번 물을 닦아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다음날 출근해야 하는데 더워서 잠은 안 오고 눈은 피곤한데 정신은 깨어있는 밤, 희미하게 정신줄 붙잡고 반 가사상태로 자고 있는데 갑자기 거실에서 재난 영화에서 들어볼 법한 소리가 들렸다. 이건 또 뭔 상황인지 거실로 나가니 알아들을 수 없는 영어 단어들 사이에 집 밖으로 빠져나가라는 문장을 들었다.



 발코니 문을 열어보니 건물 전체에서 소리가 나고 있었다. 친구 추천으로 지금 우리 학교는 이라는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소름 돋았다.




핸드폰, 열쇠를 들고 급하게 밖으로 빠져나왔다. 계단을 통해 내려오는데 정말 재난 영화를 찍는 것 같았다. 건물에서 나오는 경고음, 소방차 사이렌 소리, 긴급 대피 안내 방송을 들으며 30분을 밖에서 기다렸다. 



처음 몇 분간은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누가 새벽에 요리를 하다가 사이렌을 울린 건지 화가 났지만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오작동이길 바랬다.

 

  

이사 오고 나서 이웃 주민들 만날 일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모두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같이 겨우 잠들었더니 사이렌 울려서 잠 다 깨버린 사람, 샤워하다 제대로 씻지 못하고 나온 사람, 발코니에서 게임하다 나온 사람 등 본인들의 억울함을 다 같이 나누는 시간이었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는지 토론 끝에  에어비앤비에 놀러 온 사람이 실수로 요리를 하다가 불을 냈거나 복도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화재 알람을 울렸을 거라는 가설이 제일 가망성 있었다.








화재경보기가 끝나고 다들 굿럭을 외치며 집으로 돌아갔다. 침대에 누워 다시 잠을 청하려는데 이미 정신까지 깨어있는 상태라 다시 자긴 힘들었다. 밤중에 정말 마시고 싶지 않지만 냉장고 구석에 잠들어있는 맥주를 꺼내 마셨다.



제발 빨리 잠들길...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건물 사람들이 밤 되면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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