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소녀에게 배우다 (제주 검은 모래 해변에서)
해변을 걷기 전에
저 멀리 수평선에서 밀어내는
자연의 힘을 먼저 받아들인다.
자연이 보내는 힘 속에서
파도의 외침 소리를 듣는다.
눈앞의 파도보다는
더 멀리서 다가올 파도를 기다려 본다.
기다리는 파도는 오지 않고
물결만 일렁거림에
조금 실망도 해본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과
수평선의 만남을
시샘하고 싶어서
바보야 라고
외치는 철부지 소녀의 모습에는
그 자체가 어떤 자연이 아닐까...
그렇게 우리는 다가왔다 멀어져 가는
자연스러움에 익숙해야 한다.
받아들이면
편안해지는 해변의 가을바람 속에서
이제 소녀는 춤도 춰본다.
나는
해변을 걸어갈 준비가 되어 있어요
아저씨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