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아파도 엄마다

나 아픈 것 보다 자식이 먼저

아침부터 컨디션이 영 안 좋았다.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고 두통도 심했다. 몸이 으슬으슬한 게 꼭 열도 나는 것 같지만 다행히 열까지 나진 않았다. 비가 오려나. 이 컨디션으로 혼자 아기를 볼 수 있을까 걱정스러워 엄마에게 조심스레 s.o.s를 쳤다. 하지만 거절. 아기 돌보는 걸 도와주시다가 두 달 전 허리 디스크가 두 개나 터지셔서 진통제 없이는 힘들어하셨다. 이제 조금 괜찮아지셨다고 했는데 아직 아프신가 보다.

몸은 아프지만 육아엔 병가도 없다. 남편은 걱정하다 출근했고 나 홀로 육아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점점 나빠지는 컨디션. 그 와중에 잠투정이 심해진 아기는 칭얼거리다 못해 울음이 터졌다.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데 어쩌겠는가. 아기를 안고 둥가 둥가 자장가를 불러줬다. 하지만 점점 몸 상태가 심상치 않아 열을 재봤다. 38.4도. 맙소사 어쩐지 힘들다 했다.

하지만 아기는 내가 아프다고 봐주지 않았다. 그냥 울릴까도 싶었지만 엄마 마음이 또 그러질 못하다. 이마에 차가운 해열 파스 딱 붙이고 다시 아기를 안아 들었다. 아기를 안아 재우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 참 가관이다. 아니 웃겼다. 나도 참 이제 엄마라고 이 와중에 아기가 자는 게 먼저구나.

그렇게 아기를 재우고 품에 안고 있는데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뭐지 하고 돌아보니 엄마다. 아까 열이 난다고 했을 뿐인데 진통제 먹고 바로 출발하셨단다. 엄마는 디스크 때문에 아프면서 나 열 나는 게 우선이었나 보다.

엄마는 허리가 아파 아기를 안을 순 없지만 누워서라도 아기 돌보는 걸 도와주셨다. 덕분에 아기의 칭얼거림이 확연히 줄었고 나도 조금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엄마가 와서 그런가, 열이 조금씩 내려 저녁때쯤엔 다시 정상 체온으로 돌아왔다.

엄마는 아무리 아파도 자식 걱정이 우선이 되는 것 같다. 허리 디스크에도 딸이 아프다니까 한걸음에 달려오는 바에 비할 건 못되지만, 나도 아픈 와중에도 아기가 우선이었다. 남의 상처보다 내 손가락의 티클이 더 아프다던데 엄마와 자식 사이에서만큼은 그 반대였다. 내 상처보다 내 자식 손가락의 작은 티클이 더 중요하다. 엄마는 참 아프기도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