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하기도 전에 김칫국 마시는 글

본심이 드러나는 글

by 조이


나의 글 쓰는 방식은 조금 특이하다. 아니, 사실 이게 정말 특이한 건지 알고 싶다. 그러니 이 글을 읽은 독자분들 중 나와 같은 방식으로 글을 쓰는 분이 계시다면 꼭 댓글을 달아주시면 좋겠다.


나는 글을 쓸 때 딱히 주제가 없다. 그저 쓰고 싶은 마음만 있다. 그러니까 '이 마음에 대해 쓰고 싶다'는 마음이 글을 쓰는 동기이자 원동력이다. 마인드 맵 방식으로 주절주절 글을 쓴다. 의식의 흐름대로 다음, 글의 흐름에 따라 문단을 나누고 배치를 한다.


그러다 보면 중간에 또 다른 생각이 나기도 하고, 표현을 다르게 하기도 한다. 이렇게 글의 분량이 늘어난다. 그래서 나는 짧게 쓰는 게 더 어렵다. 나의 퇴고는 하면 할수록 길어진다. 퇴고를 하면서 동시에 글을 써나가는 셈이다.


이런 나의 글쓰기 방식은 특히 마음이 복잡하고 어려울 때 빛을 발한다. 말로 하면서 생각이 정리되듯 글로 쓰다 보면 본심이 드러나는 것이다. 그래서 미사여구로 포장하는 글보단 솔직하게 표현하는 글을 추구한다. 드러난 마음의 실체가 아무리 보잘것없더라도 한편으론 기쁘다. 내가 나를 알아냈기 때문이다. 알아주었기 때문이다.


*기쁘다: 욕구가 충족되어 마음이 흐뭇하고 흡족하다.(네이버 국어사전)


글의 제목은 맨 마지막에 짓는다. 쓰다 보면 어떤 글이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내용적인 면에서도 그렇고, 표현적인 부분에서도 마찬가지다. 전체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중심이 되는 문장 또는 단어의 조합으로 제목을 짓는다. 그러려면 글을 다 써야만 보인다.


남편은 기사문을 주로 읽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글로 써 나간다. 제목과 서론-본론-결론이라는 양식을 순서대로 꼬박 지키는 글쓰기의 모범생이다. 아무리 글의 종류와 성격이 다르다고 해도 이렇게 차이가 있을까 싶을 만큼 우리의 글쓰기 방식은 다르다.


글도 역시 이런 방식으로 썼다. 이런 내가 이상한 건가 하는 '미심쩍은 마음'에 대해 쓰고 싶어서 쓰다 보니 30분 만에 써버렸다. 읽을 땐 3분도 안 걸리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글이 더 길어질까 봐 퇴고는 안 해야겠다.


이런 식이니 나는 나중에 작가가 되더라도 글쓰기 수업 같은 건 못할 것 같다. 이 무슨 김칫국 마시는 소리냐마는, 앞으로도 그냥 내 방식으로 써나갈 거란 마음의 소리이다.



* 사진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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