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쓰고 앉아있다 하여도
이건 사실 나의 열세 번째 브런치북의 제목이었다.(현재 매거진 1권, 브런치북 12권) <브런치와 친구가 된 이야기>, <잇츠 브런치 타임>을 이어갈 '브런치 시리즈'였다. 브런치 시리즈는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동안에는 계속 연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번 글을 마지막으로 브런치 시리즈 연재를 중단하려 한다.
브런치북 한 권의 최대 발행 글 수가 30개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브런치 시리즈를 연재하며 알게 되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연재를 기획할 만큼 나는 브런치에 진심이었다. 떠날 생각은 조금도 없었던 백 프로의 진심.
일 년이 넘도록 이 공간에 참 오래 머물렀다. 수시로 어플을 켜고 글을 썼고 마음을 받아 썼다. 다양한 주제로 브런치북을 연재했다. 쓰고 써도 또 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내가 쓰는 글은 전부 에세이였다. 그러니까 끊임없이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속에 있는 이야기를 꺼내놓는 방식, 그것이 내가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마음을 열고 신뢰를 쌓아가는 방식이었다. 나를 대면하며 쓰는 글이었지만 누군가를 만나기 위한 글이기도 했다. 글로써 나누는 마음, 문장을 타고 전해지는 찌르르한 감정들이 좋았다. 감사하고 행복했다.
그런데 이제는 만날 만큼 만난 것 같다. 에세이만 쓰는 내가, 특별할 것 없는 나의 이야기들로 만날 수 있는 독자의 범위는 진작에 넘어섰다고 생각한다. 블로그의 서이추, 인스타의 맞팔 활동에 질린 바람에 브런치에선 의식적으로 맞구독을 거부하고 있었는데도 상관없이 나를 구독해 준 분들께도 감사하다.
앞으로도 나는 글을 쓰며 살 것이다. 다만 이제는 그때그때 떠오르는 마음과 생각을 쓰기보단 구상하고 기획하려 한다. 쓰는 사람으로서 한 번이라도 창작의 고통을 즐겨보고 싶다. 개요를 쓰고 캐릭터에 대해 생각하고 발단과 결말을 상상하는 것, 에세이를 쓸 때는 하지 않았던 일들이다. 정기적인 브런치북 연재로 단련된 글쓰기 습관으로, 단 한 줄이라도 나의 노트북에 매일매일 쌓아가려 한다.
(여담이지만 개인적으로 소설을 쓰려면 노트북은 꼭 필요한 것 같다. 타자 치는 스타일과 속도가 그나마 영감을 빨리 따라가서 낚아채주는 것 같다. 그간 브런치 모바일 어플로 느긋하게 에세이를 썼던 것과 가장 대비되는 점이다. 그래서 브런치 사용시간이 급감할 거라고 예측하여 잠정적 작별 인사를 하는 바이다.)
브런치에는 한 번씩 데이트하는 마음으로 놀러 올 것이다. 나의 글에 흔적을 남겨준 마음들의 자취를 따라, 글벗이라 불리는 나의 브런치 메이트들의 글을 읽으러 올 것이다. 내가 이곳에 써낸 글들을 전부 삭제하지 않는 이상 브런치를 완전히 떠날 수는 없을 것이다. 언제나 완성될진 모르겠지만 다 쓴 소설을 어디 들고 갈 곳이 없으면 다시 브런치에 올지도 모를 일이다.
아직 끝내지 않은 브런치북 <내가 듣고 싶던 말을 네게 해줄게>는 비정기적으로 연재할 예정이다.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은 아주 많았고,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계속 생겨날 테니까. <받아쓰기> 매거진도 마찬가지. 받아들이고 쓰는 마음, 받아 쓸 마음이야 넘쳐나겠지. 내가 기어코 외면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그러니까 정직하게 살다 보면 우리는 종종 다시 만날 거라는 이야기. 아무도 없는, 나밖에 없는 노트북 안에서 외로이 글 쓰다 보면 이곳에 여러분들이 남겨준 흔적들이 그리워져서 다시 찾게 될 거란 이야기. 브런치 시리즈는 여기서 끝냈지만 끝나지 않을 우리의 이야기.
* 사진 출처: Unsplash
쓰고 싶은 이야기가 생겨서 소설을 쓰고 있어요. 처음 쓰는 소설이라 연재할만한 수준도 아니고, 틈틈이 쓰곤 있지만 도저히 모바일 기기로는 쓸 수 없을 것 같아서 당분간 브런치 활동에 뜸할 예정입니다. 이동 시간에는 먹은 것들을 치우느라 블로그 포스팅을 주로 할 것 같고요.
사실 브런치스토리에 최근 생긴 변화들도 처음 이 플랫폼에 대해 가졌던 생각들을 조금 바꿔놓았어요. 진심으로 소통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분께 차단당했단 사실도 충격이 꽤 컸고요.(!) 그래도 브런치는 역시나 제가 '쓰는 인생'을 살아야겠다고 결심하게 해 준 인생의 전환점이 분명합니다. 이곳에서 만난 글과 사람들이 참 귀해서, 완전히 떠나진 못할 거예요. 전 그걸 알고 있고 여러분도 알고 있죠(?) 세이 예예예!
다시 또 만날 거면서 이런 인사글 왜 쓰는지 저도 모르겠지만.. 연재 종료와 함께 휴지기를 가지며 일단락을 하고 싶어서 그동안 감사했던 마음 몇 자 적어봅니다. 갑자기 뜸해지면 걱정하실 분도 계실까 봐... 어쨌든 뜨거운 여름낮밤이 가도 남는 건 기록뿐이니깐! 꾸준히 어디에라도 쓰는 우리의 삶이기를 응원할게요. 늘 감사합니다 :)
- 조이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