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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카파오 없는 팟 까파오 무쌉(호주버전)

태국 돼지고기 볶음밥을 아는가? 정말 맛있다. 그런데 쉽고 간단하게

by 희원

호주에 오기 전, 태국에서 3개월 동안 머문 적이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태국 대학을 다니다가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결심한 친구였다.


처음부터 우리는 서로 다른 나라, 다른 문화가 흥미로워 쉽게 가까워졌다.

같이 밥을 해 먹고 공부하고 일하면서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훔쳐보곤 했다.


그 친구에게는 특별한 음식이 있었는데, 바로 팟까파오무쌉

우리는 끄라파오무쌉이라 불렀다.

여기서 핵심은 태국고추+태국바질의 조화인데 아쉽게도

태국바질은 구하기도 힘들어 멀리 가야 하지만 또 너무나 비싸다.



하지만 국제학교에서 혼자 한국인인 그친구가

수업이 끝나고

집 앞에서 포장해 온 끄라파오무쌉은

친구에게 음식 이상의 의미였다.

“나중에 태국 갔을 때 그 아저씨 살아계셨으면 좋겠어”

친구는 웃으면서도 진지하게 말했다.


맛뿐 아니라, 고향을 떠나 외국에서 사는 유학생으로서

느낀 작은 위안 같은 음식이 하나씩 있다.

그 돼지고기 덮밥이 내 친구에겐 그랬다.


그 말에 나는 고민했다.

완벽할 순 없지만 친구에게

조금이래도 위안이 될 순 없을까

물론 내가 해낼 수 있는 선에서


그래서 현실적인 방법을 찾았다.

재료에서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언제든 또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재료는 구하기쉽게 레시피는 간단하게


집 부엌에서 재료를 준비하면서 우리는 지난 태국에서의 추억을 이야기했다.

걸어서 5분 거리도 오토바이를 타던 우리

술에 잔뜩 취해 근처 편의점에서 먹었던 인스턴트 계란찜

그리고 우리를 자연스레 받아준 태국 사람들 이야기를


여름나라의 논밭 사이를 같이 걷고 떠들고

예고도 없이 쏟아지던 스콜 속을 달리며 흠뻑 비맞은 꼴에 서로를 보고 깔깔대던 우리가 생각났다.


팟 카파오 무쌉(시금치 버전)


재료 (2~3인분 기준)

태국 고추 4~5개 (작게 다진다)

다진 마늘 1 큰술

돼지고기 다짐육 200g

베이비 스피너츠(시금치) 1 봉지 (많으면 좋다)


소스 설탕:간장:피시소스 1:1:1 비율로 미리 준비, 총 3 큰술

식용유 1~2 큰술


조리시간 15분


만드는 법

1. 낮은 온도의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다진 태국 고추를 넣어 볶는다.

2. 고추에서 향이 올라오면 다진 마늘을 넣고, 약간 갈색빛이 돌 때까지 볶는다.

3. 준비해 둔 소스(설탕, 간장, 피시소스 1:1:1)를 넣고 센 불로 간장이 끓어오를 때까지 볶는다.

4. 다진 돼지고기를 넣고 색이 변하며 익을 때까지 볶는다.

5. 마지막으로 베이비 스피너츠 한 봉지를 넣고 숨이 살짝 죽을 정도로 볶으면 완성.


완성된 볶음 요리를 친구와 함께 맛보았다.

정통 재료가 아니었지만, 충분히 태국에서 먹었던 맛을 떠올릴 수 있었다.

호주 바질도 꽤 가격이 있어서 가장 저렴한 베이비 스피너츠(시금치)를

넣었음에도 꽤 괜찮았고, 돼지고기와 매콤한 고추 소스가 잘 어울렸다.


그 요리를 만들고 나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지난 태국에서의 이야기를 꺼냈다.

“기억나? 우리 집 앞 5분 거리도 오토바이 타고 가서 포장해 왔던 거?”

“그니까 그리고 치앙라이 다시 가지마자 한 일이 그거잖아”

같이 웃고 떠들며, 음식이 준 즐거움뿐 아니라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은 사라지지 않고 여전하단 것을 기억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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