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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독립선언서

다시 시작!

by 김희숙 라라조이

은퇴 후에 나는 오롯한 나 자신으로 독립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특히 가족들에게 심리적으로나 실제적으로 징징대지 않고, 수많은 관계 속에서 중심을 잡고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글을 썼다. '나의 독립선언서'를.


나는 선언한다.

이 세상에 태어난 존엄한 생명체, 인간임을!

살면서 때론 인간임을 잊은 적도 있었고, 인간이 과연 존엄한가 의심한 적도 있었다. 그러니 이제 좀 사람답게 살아보자.


나는 거부한다.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게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정신없이 나부끼는 것을! 똑바로 앞을 보고 힘차게 걸어보자.


자식은 놓아둔다.

내게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내 것이라 착각하고 집착하는 너희를! 잠시 내 곁에 머물다 가는 사랑이었거니 생각하자.


남편은 바라본다.

결혼이라는 것으로 지나친 의미와 굴레를 씌운 그대! 너무 짧게 맨 끈을 느슨하고 길게 풀어서 멀리서도 바라볼 수 있게 하자.


사람들과 살아간다.

어울림이 아름답기도, 타인의 시선이 감옥 같기도 한 우리들! 때론 뜨겁게 때론 무심하게 적당한 길이 조절을 하는 고무줄 같게 하자.


나의 무지를 인정한다.

이제 가족 중에서도 가장 아는 게 없고, 새로운 것들에 대한 낯섦이 어렵기만 한 나! 그래도 못하겠다며 남에게 해달라고 하지 않고 거북이처럼 느릿느릿해보자.


고정관념과 지나친 의무감, 도덕성에서 벗어난다.

제대로 된 것인지 생각해 보지도 못하고 끌어안고 있었던 것들! 여기서 좀 벗어났다고 불안해하거나 죄책감을 가지지 말자.


세상은 걸어 다닌다.

산과 들과 강가와 골목과 사람들 사이를! 바람 냄새가 그때그때 곳곳이 다름을 느껴보자. 넓게 보고, 깊이 볼 수 있는 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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