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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센티미터 짧은 선

나의 사랑은 늘 거기에

by 김희숙 라라조이


사람들이 흩어져서 살아가는 게 아니라, 저마다의 위치에서 살아가는 거다. 내가 위치한 곳에서 멀리, 또는 조금 멀리, 또 아주 멀리 떨어져 살뿐이다. 한때 나와 만났던 지점이 이곳이든 그곳이든 또 다른 어떤 곳이든 간에 지금은 떨어져서 제자리에서들 살아가고 있다.

나는 가끔 더듬이를 켜서 그들이 사는 곳으로 전파를 보내곤 한다. 아니 팽팽하게 그곳을 향해 뻗기는 하되 도착하지는 못하게 세심하게 길이를 조정한다. 혹여 전파가 상대방의 마음을 교란시키지 않도록 목적지에 1센티미터 짧게 보낸다. 방해하고 싶지 않고 평온을 바라기 때문이다.

마음이 가는 길은 밤하늘에서 본 지구의 불빛과 같이 그쪽으로 선이 그어져 있다. 1센티미터 짧게. 아주 여러 개의 선이 뻗어 있다. 미국 버지니아로, 인도 델리로, 필리핀 마닐라로, 미국 미시간으로, 미국 L.A.로, 부산으로, 제주로, 신림동으로, 인헌동으로....

내 생각은 그 선으로 뻗는다. 그리곤 1센티미터 전에 멈추어 한동안 머문다. 그리고 그 가느다란 긴 선을 타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되돌아온다. 보고 싶은 마음과 그리움을 꼭꼭 씹으며. 그렇지만 아프지 않게, 아주 얇은 추억만을 떠올리며 처절하지 않게, 아무렇지도 않게. 선 위의 양쪽 지점의 평온을 놓아둘 수 있게.

오늘 밤도 닿지 않을 나의 선은 검은 하늘에 뻗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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