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영원한 사랑이니, 변치 않는 사랑이니가 존재한다고 생각했고, 존재해야만 한다고 믿었다. 사랑이라는 범주를 너무 크게 보지 말자. 여기 남산타워의 자물쇠는 서로가 아직 단단하지 않을 때의 사랑에 대한 소망을 채워두는 것일 테니까.
사랑에는 유효기간이 있다는 말에 약간 동의한다. 문학에서나 실제에서나 운명적인 사랑은 거의 요절한 연인과의 사랑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면 오랫동안 만날 수 없는 상대를 그리워하며 혼자만의 감정을 화석처럼 지켜온 것이든가.
자물쇠를 파는 자판기가 생겼다. 예전에는 자물쇠를 잠그고 열쇠를 찾아서 다시는 못 열게 한다는 의미로 남산 숲 저 아래로 던졌었다. 그러나 요즘은 열쇠를 넣는 함이 따로 생겼고 열쇠를 던지는 행위는 환경을 저해한다는 문구가 걸려 있다.
이 수많은 자물쇠들을 바라보며, 그리고 그 위에 적힌 이름들과 문구들을 읽어보며, 이 중에 얼마만큼의 연인들이 지금까지 사랑을 지속시키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누군가는 찾을 수만 있다면 절단기를 가져와 자르고 싶을지도. 아니 벌써 잘랐을 수도 있을 거다. 아니면 자르지도 않고 다음번, 다음번을 또 채워 넣었을 수도 있겠지. 어차피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무거워져 난간이 무너져 내릴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철거를 하니까 일단 영원할 순 없다.
아무튼 회의적이긴 하지만 자물쇠를 채운 사람들의 변함없는 사랑을 기원해 보기는 한다.
나?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간간이 쌓아 모으려고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자물쇠로 채우진 않았지만.
물론 누구의 맘도 잠가둘 수 없다는 걸 안다. 내 마음조차도. 하지만 그러지 않으면 이 세상이 너무 허허로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