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는 남산을 걸을 때 마주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그 어느 곳보다도 안전하다고 느껴졌었다. 마스크를 꼭 썼다.
4월 초반에는 간간이 멀리서 스쳐가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로 마스크를 썼다. 서로 길을 스쳐가더라도 2미터가 넘는 듯했다.
4월 후반에는 남산에서 '2미터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캠페인을 벌이고 마스크와 손소독제도 나눠주었다. 그러나 마스크를 안 쓴 사람도 더러 있었고, 나도 걸으며 숨이 막힐 땐 마스크를 턱으로 내렸다. 그리고 사람들은 벚꽃과 사진을 찍을 땐 마스크를 벗었다. 그리곤 마스크를 엄격하게 쓴 사람이 지나가면 슬쩍 눈치를 보며 재빨리 마스크를 쓰곤 했다.
5월이 된 오늘, 코로나의 심각성에 따라서 마스크로 인한 숨 막힘 현상이 반비례가 되나 보다. 아니면 날이 더워져서 그런가? 조금만 걸어도 마스크가 답답하고 숨이 막혔다. 이러다 코로나가 아니라 마스크로 인한 숨 막힘으로 위험할 것만 같았다. 마스크를 접어서 입과 턱 사이에 걸치고 쓰는 둥 마는 둥 했다. 어항에 산소가 부족할 때 금붕어가 수면 위로 입만 내밀고 뻐끔거리는 모습이 떠올랐다. 걸으며 사람들을 관찰했더니 안 쓴 사람들도 자주 보이고, 쓰고 있는 마스크는 코를 내놓든지, 턱에다 걸친 사람이 많았다.
요사이는 가끔 집 앞 세탁소나 편의점을 갈 때 마스크를 안 가지고 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다 내려가서 걸어가다가 문득 깨닫고 갈등하다 결국은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빨리 뛰어갔다 오곤 했었다. 내가 생각해도 웃긴 퍼포먼스다. 실질적인 방역이 아닌 남으로부터 비난받지 않을 만큼만의 방역을 생각한다. 극도의 '사회적 눈치보기'이다.
친구와 전화를 하더라도 만나자는 말을 서로 끝끝내 하지 않았던 지난 몇 달. 그저 가족들과만 살짝살짝 돌아다녔었는데. 뉴스에서 보니 SK텔레콤이 분석한 결과 내비게이션 T맵 검색량이 지난 3월엔 20%가량 감소했었고, 검색한 곳도 주로 병원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 주말 이후 T맵 검색량이 예년 수준으로 회복되었다고 하며 주로 검색한 곳은 복합쇼핑몰이었다고 한다.
'어머, 얘네들이 우리가 어디를 가는지도 다 알고 있네~!'
우리나라 코로나 확진자가 계속해서 한 자릿수로 나오고, 연휴가 시작되고, 또 스스로 조심하던 인내의 시간에 대한 갑갑증이 도를 넘어선 이때에는 갑자기 사람들이 떨치고 나간 것인가 보다. 국내 비행기표 예약도 꽉 차고, 호텔들도 꽉 차고, 제주도에 방문했던 모녀가 확진자가 되었을 때 그렇게도 '미친년...!' 운운했던 제주도도 꽉 찼다고 한다.
사사로운 모임은 아직 성사되진 않지만, 소규모의 동아리 형식의 레슨 등은 스멀스멀 시작하고 있다.
정말 호기심 넘치게 이후의 상황이 궁금하다. 집단 면역의 효과를 기대하는 스웨덴과 각각 다른 대처방법으로 코로나 19를 맞은 다양한 나라들의 미래 상황이 어떻게 되어갈지. 그리고 이 이후의 세계시장과 사람들의 삶의 패턴이 확 달라진다는 전망과 다양한 예측들이 어떤 현상으로 나타날지 자세히 지켜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