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희숙 라라조이 Apr 11. 2021

그 많던 꽃들은 누가 다 가져갔을까

남산과 나

'어제'라고 쓰려다 보니, 자정이 지났다. 시간이 휙휙 지나가네. 그저께 비가 내렸다. 오랜만에 남산에 갔다. 더울까 걱정했었는데, 비에 촉촉이 젖은 남산에는 서늘한 바람마저 불었다. 더위에 헥헥대던 때와는 다르게 발걸음이 시원시원했다.


안녕! 커피 트럭!

안에 주인이 빼꼼히 보여 인사하고 싶었지만, 커피를 사 먹지 않으니 미안해서 눈인사만 했다. 이상하게 커피 트럭이 문을 열지 않을 때면 걱정되고 궁금한 것이다. '그러면 열었을 때, 사 먹기나 할 것이지.' 하겠지만 그건 또 문제가 다르다.



꽃들이 많기도 하다.

그런데 꽃들을 많은 이들이 가져간 것 같다.


그 많던 꽃들은 누가 다 가져갔을까


진달래꽃은 소월이 가져갔고,

모란은 영랑이 가져갔고,

국화는 서정주가 가져갔으며,

노란 장미는 릴케가 가져갔고,

접시꽃과 흔들리며 피는 꽃은 도종환이 가져갔으니 도종환은 욕심도 많다.


꽃 전체는 김춘수가 가져갔고,

낙화마저 이형기가 가져갔으니,

허, 이것 참!

찔레꽃은 장사익이 가져갔고,

벚꽃은 장범준이 가져갔으니

남은 꽃이나 있으려나...


하지만 그들은 한 송이 시와 가락만 취했을 뿐, 세상천지에 꽃들을 그냥 다 두었다.


꽃이야 먼저 가져가는 사람이 임자인데!

나는 살짝 엉겅퀴를 가져갈까 한다.
















이전 09화 벤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