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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숙 라라조이 Apr 11. 2021

벤치

남산과 나

엄마를 앉혀드리고 싶다. 벤치에.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엄마는 누워 있다.

내 살랑이는 시폰 원피스를 입고, 따뜻한 양말을 신었다. 목주름이 보인다고 늘 목이 길게 올라온 블라우스를 입거나 스카프를 매던 목에는 내가 새로 장만한 은은한 색들이 섞인 실크 스카프가 곱게 둘러져 있다.

언제나처럼 곱다.


빈소는 마련하지 않았다.

집 한쪽 콘솔 위에 엄마의 사진들과 꽃 한 다발과 긴 양초 두 자루를 꽂아 놓았다. 그리고 어두운 성당 한쪽에 오래오래 앉아 있었다.


누군가의 죽음을 오롯이 맞는다.


가장 가벼운 종이로 만든 관도 하얗게 타버리고 바람에 날아갔다. 아주 조금 그 바람결의 한 자락을 마음에 담았다. 그리곤 늘 산책하는 남산 북측 순환로에서 내가 가장 아름다운 나무라고 생각하던 그 나무 밑에 바람을 살짝 놓아주었다.


나는 산책할 때마다 엄마를 만난다. 그리고 남산 길에 벤치 하나를 기증할 것이다.


 ㅡ 고단한 몸으로 열정적으로 살다 간 이,

이 의자에 앉아 긴 휴식을 취하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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