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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내가 꿈꾸는 내일의 나

나의 00세, 어떤 단어로 기록될까?

by 예정

책 < 어떤 어른 >에서 김소영 작가님이 ‘나의 00세’마다 키워드를 적고, 해시태그를 달면서

그 시절의 자신을 떠올려보는 부분이 있었다.

나의 8세, 18세, 28세, 38세…

여운이 남아 다이어리에 나의 8세를 시작으로 한 번 적어보았다.


* 나의 8세 : #이사 #전학 #말못하는아이 #외로움

* 나의 10세 : #더부살이 #착한아이 #외로움

* 나의 17세 : #교내근로 #애늙은이 #이창밖 #마음새 #우체국

* 나의 19세 : #신앙 #장학금 #따돌림 #야간자율학습 #수능


어린 시절 기억이 풍부하지 않은데, 그나마 강렬하게 남아있는 기억들은 죄다 아프다.

아마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단어가 있다면, #가난

잦은 이사와 전학으로 친구도 없고, 1년 안되게 남의 집에서 더부살이도 하면서 겪은 일들과

꽤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했지만 길바닥에 나앉을 신세가 되어서 공부를 포기하고 수업 중 창밖만 바라보며 자퇴를 생각했던 시절.

그리고 또 남의 집 살이 잠깐, 다시 마음잡아 공부하고 교내근로와 장학금을 받으면서 마친 고등학교.

그럼에도 친한 친구들에게 따돌림당해서 억울하고 외롭던 시절 내 손을 잡아준 친구, 인생을 허비하지 않도록 붙잡아주었던 신앙,

외로움과 우울함의 돌파구가 되어준 문학동아리 마음새. 마음 붙일 곳 없고, 갈 곳이 없어서 계속 봉사시간 채우러 갔던 우체국.. 과 집배원아저씨들.

가난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고 애늙은이처럼 당당하게 굴었지만, 늘 마음 시리게 외롭고 힘들어서 죽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던 시절이었는데

단어들을 찾다 보니 꽤 애틋한 구석들도 있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20대에도 가난은 떼어낼 수 없는 단어다.

대학 다니며 알바를 쉴 수 없고, 알바를 못한 기간에는 빚도 생겼고, 등록금이 없어서 절절거리던 시절.

예쁜 청춘에 여행이나 자유롭게 놀러 다닌 적도 없이 보냈다.

졸업 후 직장 생활하면서 등록금 갚고, 빚 갚고, 집에 생활비도 보태주면서 2년을 보냈고.

27살이 되어서야 오롯이 내 결정으로, 하고 싶었던 일을 위해 중국으로 향했었다.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를 두고 2년간…

그 시간들도 마냥 흥미진진 즐겁지만은 않았지만, 돌아보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경험이고 지금의 나를 만든 자양분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결혼, 출산, 육아 등으로 점철된 30대, 또 다시 따라붙은 외로움.

40대가 다되어서야 가난을 떼어냈는데, 외로움은 잘 떨어지지 않고 잊을만하면 들러붙는 단어가 되었다.

지금 45세. 그동안 내 삶을 장식하는 키워드들이 순위가 재배치되었고, 훗날에 다시 대표적인 키워드를 적으라면…?


*나의 45세 : #가족 #직장생활 #독서 #글쓰기… #성숙


성숙한 어른이 되고 싶다.

‘어른’다워지는 시기라고 기록하고 싶다.

내 삶을 풍성하게 채워준 것들에 대한 감사와 함께 여전히 아픈 단어들이 있는 이 삶을 더 사랑하고 싶다.

크게 이루는 것이 없어도, 내가 변화되고 더 나은 사람이 되어서

아이들에게 혹은 다음 세대에게 좋은 어른으로 남는 것이 원대한 목표가 되었으면 한다.

여전히 #부자 라는 단어는 내 삶에 없다. 대신 #평안 은 있다.

여전히 #외로움 이라는 단어는 끈질기게 남아있다. 대신 #사랑 이 더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나의 55세, 65세, 75세에는 어떤 단어로 기록될까?

#책방지기 #작가 #사서 도 있으면 좋겠고..

매순간 #사랑 #낭만 도 있으면 좋겠고

이 삶이 다하기 전에 #좋은어른 이라는 단어도 남겨지길 바란다.

그럴려면 꾸준히 열심히 살아야겠지?

오늘의 내가 꿈꾸는 내일의 나를 위하여.




‘앞으로 점점 더 잘하게 된다’는 확신은 어린이가 자신을 성장시키는 큰 동력이다. 그런 확신의 근거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현재의 자기모습이다.
-91p. <어떤 어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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