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1-4.
새옹지마는 행운이 불행이 되기도 하고 불행이 행운이 되기도 함을 이르는 말로 좋은 일과 나쁜 일은 변화가 많아서 예측하기 어렵다는 사자성어다.
NC에 2번째 면접을 보러 갔다.
모르면 용감하다고 게임업계에 대해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직접 부딪혀 보자는 생각으로 면접실로 들어갔다. 면접실에서 출석체크를 하면서, 인사팀 담당자가 나는 면접이 30분씩 4개가 잡혀있다고 알려주었다. 짧은 면접 시간보다는 준비한걸 충분히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4개 부서 중 1개는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겨서인지 나답게 잘해보자고 스스로 되새겼다. 사실 마음속에 3개 부서 면접은 연습이고, 내가 지원한 부서였던 모바일 게임 사업팀 면접을 잘 보면 된다는 계산이 깔려있었다.
첫 번째 면접은 리니지 사업팀 면접이었다.
NC의 역사를 이끈 대한민국 1세대 온라인 게임이자, 게임을 하지 않은 사람도 한번쯤 들어봤을 IP였다.
지원자들의 자기소개가 끝나기 무섭게 면접관들의 폭풍 같은 질문들이 쏟아졌다.
내가 생각해도 프로게이머 출신 지원자, 이미 사업실 분들과 안면이 있는듯한 리니지 상위 랭커 유저와 비교했을 때, 나는 여기서 될 확률이 제로였다. 한 면접관이 내 이력서를 보다가, '진짜 열심히 사셨네요.'라는 말과 함께 내 이력에 대해 궁금한 질문을 연거푸 3~4개를 하였다.
'진짜 열심히 사셨네요.'라는 면접에서 처음 들어본 면접관의 말 한마디가
무모한 도전을 시작한 나에게 따뜻한 응원을 해주는 것 같았다.
학력, 학점, 토익점수, 자격증, 대외활동 등의 소위 스펙보다는 오로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진지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수행했던 내 경험, 맨땅에 헤딩하면서 도전하는 내 여정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그 순간 큰 감동을 받았다.
그러나, 곧 사건이 터졌다.
평이한 면접이 끝이 날 무렵, 면접관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손을 들고 말해보라고 했다.
나는 할 말이 없었고 조용히 다음 면접을 준비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 오른쪽에 앉은 프로게이머 출신 지원자가 손을 들고 말했다.
지원자 : 제 왼쪽 손목이 보이십니까?
나 : (프로게이머 출신 지원자를 쳐다보았다.)
지원자 : "저는 손목터널 증후군이 있습니다. 그만큼 게임에 대한 관심을 넘은 열정이 있습니다.
(나를 쳐다보며) NC에서 근무를 하고 싶은 지원자라면, NC 게임을 좋아할 뿐만 아니라 게임을 '잘'알고 '잘'하는지 원자여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입니다."
나 : (내가 말을 해야 하겠다는 생각도 들기 전에 나는 이미 손을 들었다.)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현재 NC에서 필요한 지원자는 NC 게임을 '잘'아는 유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프로게이머 출신 지원자를 나도 쳐다보았다.) 현재 NC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환경에서 모바일 게임 시장 진입속도가 느릴 뿐만 아니라 새로운 트렌드에 둔감하다고 판단됩니다.
리니지의 경우 신규, 여성 유저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오히려 저와 같이 모바일 게임을 즐겨하는 여성 유저의 새로운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하고, 그 역할을 제가 할 자신이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그렇게 치열했던 면접이 끝이 났다.
두 번째 면접은 블레이드 & 소울, 세 번째 면접은 아이온 사업부 면접이었고 무난하게 보았다.
내가 지원한 직무의 면접은 가장 마지막에 시작되었다.
면접관 : 포트폴리오로 제출하신 모바일 게임 시장분석이 인상적이었어요. 모바일 게임을 잘 아시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 팀은 신규 프로젝트 팀이에요. (중략)
면접 내내 화기애애했고 예상한 대로 합격 메일을 받고 출근할 수 있었다.
목표에 한걸음 다가섰다는 기쁨이 하루도 지나지 않아 내가 배정된 팀이 모바일 게임부서가 아니라 '리니지' 사업부란 사실에 충격을 받으며 나의 첫번째 게임회사 인턴은 시작되었다.
프로게이머 지원자가 아니라 내가 뽑힌 이유
1. 차별화된 나만의 스토리
수많은 지원자 중 나를 기억할 수밖에 없었던 나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었다.
2. 게임 트렌드 리서치
고작 튜토리얼 수준의 레벨을 달성해 놓고 해당 게임에 대한 지식이나 이해를 말할 순 없었지만, 게임 산업관점에서의 인사이트를 찾고 포트폴리오로 만들었다. 차곡차곡 쌓아온 경험이 담긴 포트폴리는 내 이야기를 뒷받침해주는 논거가 되어 면접관의 마음을 움직였다.
3. 당당함
누구나 긴장되는 면접에도 기죽지 않는 강단 있는 모습으로 힘든 일도 잘해나갈 거라는 기대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