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8. 내가 인생을 즐기는 방법

by joyfulmito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다. 두통약 하나를 꺼내 먹었다. 요즘같이 추운 겨울 날씨에 2시간씩을 걸어 다녔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말 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주 제대로 몸살이 난 게 아닌 이상 하루 종일 누워 있을 사람도 아니고, 오늘도 집을 나선다.


경산에서 미팅을 끝낸 남편과 만나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경산으로 가기로 했다. 지하철역까지는 걸어서 30분 거리. 아이들은 지하철역까지 버스를 타겠다는데 나는 기어이 좀 더 일찍 출발해 걸어서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지하철역에 앉아 아이들을 기다리는데 한기가 느껴진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좀 무식한 데가 있다. 굳이 컨디션도 안 좋으면서 걸어와야지 직성이 풀린다. 한 번 시작한 일은 참 꾸준히 한다. 누가 시킨 일은 최대한 미루면서 내가 정한 일은 성실한 학생이 숙제를 하듯 성심성의껏 한다. 내가 인생을 즐기는 방법이다.


지하철역 구석에 앉아 있으니 조잘대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멀리서도 느껴지는 귀여운 내 새끼들의 소리다. 아이들과 지하철을 타고 경산에서 남편을 만나 갈비탕집으로 갔다. 아들이 묻는다. “그런데 우리 갈비탕 먹으러 왜 여기까지 온 거야?” 그러게. 우리는 늘 이런 식이다. 가까운데 많이 있는 것을 찾아 굳이 멀리까지 간다. 가까운 곳, 많이 가 본 곳은 식상하다. 단지 새로운 곳에 가 보고 싶어 건수만 있으면 장거리 이동을 한다. 아니 건수를 열심히 만든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다.


갈비탕 먹으러 이렇게 멀리까지 왔을 뿐 아니라 이렇게 외식하려고 어제 코로나 검사까지 했다. 나도 남편도 백신을 맞지 않아서 백신 패스가 적용되는 요즘 아이들 데리고 가족끼리 외식을 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방학인데 늘 집밥만 먹고 싶지도 않다. 물론 요즘엔 배달 안 되는 음식이 없지만, 배달음식도 질릴 대로 질렸다. 까짓 거 가고 싶은 데 있으면 코로나 검사하지 뭐. 이런 식이다. 코로나 검사까지 하고 가는 외식인데, 메뉴는 배달시켜 먹기 힘든 것으로 고른다. 플라스틱에 담긴 뜨거운 갈비탕은 시켜 먹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갈비탕이 당첨되었다. 뚝배기에서 다 먹을 때까지 온기를 유지하는 뜨끈뜨끈한 갈비탕을 먹고 남편 차에서 잠시 눈 좀 붙였더니 몸이 개운해진다.


여기까지 왔으니 경치 좋은 카페도 한 군데 들러야지. 요즘에 경산에 좋은 카페들이 많이 생겼더라고. 물론 핫플로 이름난 곳들은 사람도 많다. 첫 번째 고른 카페에 갔더니 주차장부터 심상치 않다. 이럴 땐 미련 없이 차를 돌린다. 좋은 곳은 넘쳐나니 다른 곳에 가면 된다. 그렇게 도착한 카페의 탁 트인 창으로 보이는 못 뷰가 마음에 든다. 산과 바다 중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언제다 바다다. 바다를 닮은 풍경은 호수든 강이든 못이든 다 좋다. 바다를 자주 보기 힘든 대구에서는 바다 친구들만 봐도 반갑지.


역시 자리는 그림 그리기 좋은 곳으로 잡는다. 우리 식구들은 카페에 자리를 잡으면 각자 할 일로 바쁘다. 나와 딸은 늘 그림을 그린다.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때는 같이 앉아 혼자 그림을 그린다는 게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는데, 벌써 4년째가 되니 우리 가족에게는 일상이 되었다. 카페에서 머무는 시간도 내가 그림을 완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가족들과 함께 앉아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즐길 수 있으니 감사하다. 가족들과 이런 소소한 외출이 또 하나의 내가 인생을 즐기는 방법인 듯하다. 덕분에 인생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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