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ㅇ야, 내일 시간 돼?"코로나 검사를 한 김에 친구를 만나야겠다. 백신 패스 때문에 사람도 만나기 힘드니 코로나 검사를 했을 때 잘 써먹어야 한다.백신 패스 때문에 내일 꼭 만나야 한다는 이야기에 친구가 깔깔 웃는다. 갑자기 전화했지만 친구가 시간이 된다니 다행이다.
백신 패스 때문에 이번 방학엔 혼자 놀아야겠다 생각했는데, 친구들을 자주 만나는 것도 아니고 방학 때가 되어야 연례행사처럼 만나는데, 소중한 연례행사를 백신 패스 때문에 뛰어넘기는 싫었다. 필요할 때 코로나 검사하고 사람들도 만나지 뭐. 코로나가 언제 끝날 지도 모르는데... 코로나를 핑계로 모든 것을 미루기에는 너무 하염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조심하면서 최대한 일상을 이어가겠다는 생각이다.
평소엔 차를 타고 가던 길을 1시간을 걸어서 친구네 집에 도착했다. "다 왔어. 나와." 두리번거리며 내 차를 찾던 친구가 밖에 서 있는 나를 보더니 놀란다. " 추운데 왜 밖에 나와 있어?" " 걸어왔어." " 뭐? 집에서 여기까지?"
문득 익숙한 대화란 생각이 든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만원 버스가 타기 싫어 1시간 거리를 걸어 학교에 가곤 했다.학교 오던 길 걸어가는 나를 본 친구들이 물었더랬다. 학교 가는 길 허허벌판을 걷고 있었기 때문에 저 아이는 도대체 어디에서 걸어오는 건지 궁금하기도 했을 거다. "너네 집 어디길래 걸어와?" "뭐? 거기서 학교까지?"
친구네 집 근처에 새로 생긴 카페에 갔다. 길치인 친구가 평생에 처음으로 자신 있게 길을 안내한다. "네가 앞장서서 가는 거 처음인지 알지?" 하니 "5분 거리는 빠삭하지." 하며 웃는다. 주문을 하고 당당하게 음성 확인 문자를 보인다.
친구가 백신 안 맞고 불편해서 어떡하냐고 묻는다. 불편하긴 하지. 요즘은 코로나에 걸리지 않기 위해 백신을 맞는다기 보다 일상생활에 불편하지 않기 위해 백신을 맞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1차 백신을 맞고 생긴 가슴통증이 사라지지 않아 2차는 맞지 않기로 결심했다. 백신 후유증으로 주변에 가슴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긴 했고 그중 2차를 그대로 맞은 사람들도 많았지만 나는 더 이상 맞고 싶지 않았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백신을 맞지 않는 일이 눈치 보일 일이기도 하지만 다행히 우리 학교는 작은 학교라 개인의 사정에 마음이 열려 있는 편이다. 백신에 대해 압박이 심한 큰 학교나 큰 직장에 있었더라도 나는 지금과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나는 꽤나 고집이 센 편이긴 하지만, 같은 선택을 했더라도 더 많이 눈치가 보이거나 더 많이 고민이 되긴 했겠지.
"백신을 안 맞으려면 멘탈이 강해야 하는 것 같아." 친구가 하는 말이다. 깔깔깔 웃다가 그 말도 맞는 것 같다며 동의를 했다. 그리고 갑자기 서글프다. 내 몸에 주사를 맞을지 안 맞을지를 결정하는 데 왜 멘탈이 강해야만 할까. 백신을 맞고 다양한 부작용을 겪는 주변 사람들이 2차, 3차를 맞아야 할지 격하게 고민한다. 그리고 두려우면서도 눈치가 보여서 백신을 맞기로 결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공의를 위해서라고 설명하기에는 너무 큰 모험이 아닌가 싶다.
친구와 실컷 수다를 떨고 나오는 길 "나 다음에 여기 그림 그리러 한 번 더 와야겠다." "그때 또 오면 전화해." "그래, 근데 그러려면 코로나 검사 또 하고 와야 되는데?" 친구와 폭풍 수다를 떨어준 덕분에 저녁 시간이 바쁘다. 집에 갈 때는 버스 타야겠다며 버스 정류장으로 간다. 친구가 자기 동네라며 앞장서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주었다. 지도를 보니 가까운 길을 두고 친구네 아파트 안으로 돌아왔네. 다음부터 어디라도 길치 친구에게 길을 맡기지 않아야지 하며 혼자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