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 일기예보 좀 보라고!

by joyfulmito

삼한사온 현상이 맞는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겨울에도 추운 날씨가 계속되다 보면 어느 날은 갑자기 따뜻해지긴 한다. 며칠 동안 너무 추워서 꽁꽁 싸매고 나오던 습관대로 오늘도 가장 두터운 패딩 점퍼에, 털모자, 장갑으로 무장하고 집을 나섰다. 덥다. 오늘은 따뜻한 날이구나. 민망한 털모자와 장갑을 가방에 쑤셔 넣더라도 걷기에는 너무 더운 옷차림이다.


대학시절에도 나는 갑자기 날씨가 변덕을 부린 날엔 날씨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채 떨곤 했다. 그러면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는 친구네 집에 가서 옷을 빌려 입곤 했는데, 어느 날은 친구가 내게 날씨 춥다고 전화를 해 주는 꿈을 꾸었단다. 20년을 한결같이 일기예보는 보지도 않고 그날그날 내가 입고 싶은 옷을 입어 버린다.


참 사람 안 바뀐다. 손쉽게 일기예보를 확인할 만큼 세월이 아무리 좋아져도 여전히 확인하지 않는 것은 왜일까? 핸드폰 메인 화면에 기온이 띄워져 있는데 말이다. 이쯤 되면 안 보는 게 더 힘든 거 아닌가?


나름 곰곰이 이유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아니 일기예보를 확인하려고 나름 노력을 해 본 적이 있다. 결론은 기온을 봐도 어느 정도로 추운지 더운지 전혀 감이 없다는 거다. 수 개념이 없는 내게 온도라고 적혀 있는 그 숫자는 아무런 정보를 주지 못한다. 기온을 확인한들 어느 정도로 추운지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모른다는 거다. 아무리 수 개념이 없어도 매일 확인하기만 한다면 그전날 날씨와 비교해 볼 수 있겠지만, 그마저도 띄엄띄엄 확인하기 때문에 도저히 알 방법이 없다. 그래서 여전히 일기예보를 무시한 채 살아가나 보다. 이쯤 되면 일기예보를 확인하는 것보다는 날씨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 하루를 견디는 것에 더 익숙해진다.


미각이 뛰어나지 않은 내가 요리를 한 후 간을 보지 않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간을 본들 짠지 싱거운지, 무엇을 더 넣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결국 요리가 되는대로 먹어버린다. 재미난 사실은 그렇게 해도 의외로 살아가는데 큰 불편함이 없다는 거다.


그렇게 오늘도 더운 날씨에 두꺼운 옷을 입고 나온 나 자신에게 불평하지 않고, '내가 그렇지 뭐' 하며 웃어버린다. 불편한 옷과 상관없이 오늘도 성실하게 길을 걸어 적절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여전히 커피 맛이 어떤지는 모르겠고 그림 그리기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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