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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by 조병인

이 소설은 육백 년 전 세종치세에 조선을 공식 방문한 왜국 사절단의 오만방자에 대한 경악과 임금의 지나친 관용에 대한 의문에서 잉태되었다.


처음에 왜국 정부가 사신을 보내 그려 때 대장경을 인쇄한 목판을 통째로 달라고 요구한다.

임금이 청을 거부하자 사신이 단식에 들어간다.

압박이 통하지 아니하자 사신이 본국 정부에 군대 파견을 요청하는 서찰을 쓴다.

사신을 따라온 가하라는 왜국 승려가 그 서찰의 사본을 통역사 이춘발을 통해 예조에 올린다.


왜국 사신이 알고서 예조에 글을 올려 춘발이 가하를 매수해 서찰을 위조하게 시켰다고 발뺌을 한다.

춘발은 가하가 자진해서 서찰의 사본을 주었다고 하였다. 임금이 진상규명을 지시하여 의금부가 가하와 이춘발을 불러서 대질신문을 벌인다.

가하는 춘발의 요구를 따랐을 뿐이라고 우긴다.

춘발은 매질을 당하면서도 가하가 거짓말을 한다고 맞섰다. 임금은 왜국 사신이 가하를 회유했다고 보고 춘발의 혐의를 벗겨준다.


임금은 가하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그의 죄를 용서하고 사신들의 흉계도 확인하지 않았다. 덕분에 오백 명 가까운 왜국 사절단 전원이 임금이 푸짐하게 내려준 선물들을 가지고 무사히 돌아간다.


5년쯤 뒤에 이춘발이 야밤에 한양 훈도방의 왜관 인근 돌다리에서 괴한들에 의해 무참하게 살해된다. 수사 초반에 이춘발 사위의 억측으로 의금부도사가 죄 없는 일가족 세 명을 붙잡아다 잔혹하게 고문을 가한다.


종당은 살인범을 밝히지 못하고 수사가 미궁에 빠졌는데 오래 전에 귀화한 왜인이 의금부에 범인을 제보해 사건이 해결된다.


그런데 2년 반쯤 뒤에 바로 그 제보자가 난언을 퍼뜨려 조정에서 간사하고 교활한 인물로 낙인찍힌 기록이 실록에서 발견된다.


처음에는 무심코 넘겼다가 왜국사신들의 망동(妄動)이 지속적으로 반복되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얼마 뒤에 이춘발의 죽음이 7년 전의 ‘대장경판 소동’과 연관되었을 개연성을 떠올렸다.


소설의 줄거리를 이끄는 의금부도사 강무원은 가공의 인물이다. ‘무원’이라는 이름은 중국 원나라 때 왕여가 지은 『무원록(寃寃錄)』이라는 법의학서 제목에서 따온 것이다. 의미는 ‘죽은 자의 억울함(寃)을 풀어준다(無)’는 뜻이다.


이춘발 집의 하인 개동은 실제 인물이다. 실록에 무명으로 되어 있어 작명을 해줬다. 이춘발 사위의 억측으로 의금부에 잡혀가 봉변을 당한 일가족 세 명(주련·사재·상이)도 실제 인물들이다.

상이의 위증으로 사재와 함께 고문을 당한 영팔과 춘삼도 실제 인물이다. 실록 속의 소고미와 매읍동이 그들이다.


이춘발을 살해한 홍성부·김생언·이득시·간충 등 네 명과 이득시를 숨겨준 신백도 실제 인물이다.


왜국정부와 내통하며 한영우와 홍성추를 매수해 이춘발 살해를 뒤에서 조종한 다나까와 기무라도 실제 인물들이다. 록 속의 등현(藤賢)과 변상(邊相)이 그들이다.


무원의 충복 차덕수도 실록에 없는 인물이다. 기무라의 처남 한영우와 홍성부의 동생 홍성추도 실록에 나오지 않는다. 뱀을 잡는 땅꾼이었다가 홍성추의 수하가 된 필우와 그의 누나도 가상인물이다. 그 외에도 실록에 없는 인물들이 더 있지만 소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소개를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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