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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작가 Apr 30. 2022

늦어진 임신덕? 전화위복! 2022년 임산부 출산 혜택

태교일기 [32w5d] 딱풀이에게 보내는 10번째 편지 (D-41)

딱풀아~ 대학을 졸업하지 마자 24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입사한 이후 엄마는 매년 어린이날만 되면 들러리 같은 기분을 떨칠 수 없었어.

엄마가 다니는 회사는 업무 보안 등의 이유로 입출입 통제가 삼엄하기로 유명한데, 그 경계의 빗장이 풀리는 유일한 날이 바로 어린이날이었어. 5월이 되기 전부터 사업장 곳곳은 형형색색 튤립으로 물들었고 바람개비 장식이 뱅글뱅글 돌아갔어. 어린이날 당일이 되면 회사는 마치 작은 놀이동산처럼 변신해 임직원 가족들을 맞이했고, 식당에서는 어린이날 특선 메뉴를 선보였어. 물론 아이들을 위한 선물도 풍성했지.

20대 때는 그저 나와 상관없는 일이겠거니 하면서 입을 씰룩였다면, 30대가 되고 여러 동기들이 아이와 함께 어린이날 행사에 참여하는 것을 보니 슬슬 심통이 나서 입을 삐죽였어. 회사의 복지 혜택에서 소외받는 싱글들의 마음을 내가 대변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속으로 투덜거렸지. 그러고도 여러 해가 지나 40대가 된 엄마는 이제야 이런 복지혜택들을 남 일 같지 않게 느낄 수 있게 되었어.

임산부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된 회사의 복지는 여러 가지였어. 침대, 소파, 그리고 안마의자까지 갖춘 사내 모성보호실은 생각보다 더 아늑했어. 회사 정문 바로 앞에 주차할 수 있는 권한을 주신 덕분에 딱풀이 너를 더 안전하게 지켜낼 수 있었는지도 몰라. 또, 임산부 등록을 하면 보건소처럼 사내 병원에서도 철분제를 받을 수 있었어.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지? 내가 혜택의 수혜자가 되고 보니 임산부를 위한 이런 배려가 당연하고 감사하게 느껴졌어. 대상자가 아니었을 때도, 경험하지 않았더라도, 그 감사함을 이해하는 큰 그릇의 사람이라면 좋았을 텐데. 부족한 점을 알았으니 엄마는 더 발전할 수 있겠지?


출처: 시민일보 (양천구청 주차장)



그런데 그거 아니? 엄마가 결혼할 때 저 선배는 왜 저렇게 늦게 결혼하냐고 생각했다던 후배들 대부분이 여전히 싱글이야. 멀리 볼 것도 아니지. 네 삼촌도 낼모레면 마흔인데 아직 혼자이니 말이야. 어쨌든 이렇게 평균 결혼 연령이 높아지는 만큼 첫 출산의 시기도 늦어지고 있어. 그러니 둘째나 셋째는 생각하기도 어렵겠지. 물론 출산이 늦어지고 출산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그리 단순하지 않아. 자아실현이나 경제적인 이유도 큰 영향을 미치면서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삼포세대를 넘어 인간관계까지 포기한다는 사포세대같은 신조어들이 탄생하기도 했어.

그럼, 우리나라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 출산율은 얼마나 될까? 1이 넘기는 할까?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2018년 OECD 국가 중 처음으로 1 미만인 0.98명으로 떨어진 뒤 2019년 0.92명, 2020년 0.84명에 이어 2021년에는 0.03명이 더 떨어진 0.81명이 되었어. 대한민국의 출산율이 OECD 국가 중 꼴찌이고 저출산 속도는 가장 빠르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란다.

이렇다 보니 정부와 지자체에서 해마다 저출산 정책에 쏟아붓는 돈이 어마어마해. 임신이 확정되면 정부에서 지원하는 임산부 바우처 금액은 딱풀이처럼 단태아인 경우 6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사용기간은 분만 일로부터 1년에서 2년으로 확대되었어. 또 2022년에 태어난 아이에게는 첫 만남 이용권이라는 이름으로 200만 원 바우처를 지급해 주고, 24개월까지는 월 30만 원의 영아수당을, 만 8세 미만까지는 월 10만 원의 아동수당을 준다고 해. 회사의 임신과 출산 관련 복지정책도 조금씩 확대되는 추세라, 엄마는 딱풀이가 태어나고 육아휴직을 2년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되었어. 전화위복이라고 해야 하나? 늦어진 임신 덕분에 넉넉하게 보내게 될 너와 함께할 시간이 얼마나 행복할지 너무 기대돼.

살다 보면 맑은 날도 있고 비가 내리고 흐린 날도 있겠지. 딱풀이를 만나기까지 엄마에게는 흐린 날이 많았지만 분명 그 사이사이 햇빛이 반짝이는 날도 있었을 거야. 딱풀이를 만나고 맑은 날이 이어지고 있지만 언제 또 구름이 많아질지도 모르지. 그러나 우리 둘이 함께라면 길게 이어지는 비 소식에도 우리만의 기쁨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참, 얼마 전 자동차보험을 갱신하면서 자녀 할인 특약을 선택하겠다고 말하는 순간 엄마는 얼마나 뭉클했나 몰라. 평생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딱풀이 덕분에 당당하게 신청하는 경험을 하게 되어 고마워. 너의 존재는 엄마에게 이렇게 늘 감동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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