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창 떡볶이라니, 게다가 바삭한 튀김와 날치알 주먹밥까지, 이 유혹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26주 차 임신성 당뇨 검사 하루 전날 엄마가 아빠의 곱창 떡볶이 주문을 말리기는커녕 기쁘게 동조한 건 레몬이란 단어를 들으면 침이 고이듯 당연한 반응 아니었을까? 아빠는 일찍 퇴근했고, 엄마는 떡볶이가 아빠는 곱창이 먹고 싶던 날이었어. 결국 엄마와 아빠의 서로 다른 요구를 모두 만족시킬만한 메뉴로 곱창 떡볶이가 당첨된 거지.
먹을 때야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생각 없이 맛있게 먹었지만, 막상 임당 검사를 받는 당일이 되니 전날의 만찬이 엄청 찔리고 후회되었어. 채혈 후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1시간이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몰라. 억겁의 시간처럼 느껴지는 대기시간이 지나고 나온 결과는 Pass!! 통과했으니 문제없나 보다 싶었는데, 귤 하나만 더 먹고 왔어도 통과하지 못했을 거라는 의사 선생님 말씀에 엄마는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일 수밖에 없었어. 140이 기준인데 136으로 통과했으니 정말 아슬아슬하긴 했지?
일단 재검은 받지 않아도 돼서 한시름 놓긴 했지만, 찾아보니 임신성 당뇨는 산모에게는 임신성 고혈압, 조기진통, 조산, 양수과다증, 출산 시 과다출혈의 영향을, 태아에게는 거대아, 황달, 호흡곤란증, 신생아 저혈당 등의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하더라. 어느 것 하나 평범하지 않은 무시무시한 단어들을 쭉 읽고 나니 오싹했어. 간과할 일이 아니었구나!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이토록 무서운 영향을 줄 수 있다니 좀 더 건강한 음식을 챙겨 먹어야겠다 다짐했어.
26주 차 검진에서는 임당 검사뿐만 아니라 초음파 검사도 받았어. 한 달 전보다 훌쩍 자랐을 너의 얼굴을 볼 기대에 엄마 아빠 모두 들떠있었어. 그런데 이런 우리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너는 연신 팔과 손을 올리며 얼굴을 보여주지 않더구나. 초음파 선생님도 답답하셨는지 네가 팔을 내리길 기대하며 엄마 배와 옆구리를 쿡쿡 찌르셨지. 한참의 노력과 기다림 끝에 마침내 살이 포동 하게 오른 네 얼굴을 볼 수 있었어. 그런데 어쩜, 아빠를 꼭 닮은 모습에 엄마는 웃음이 터져버렸어. 첫 딸은 유독 아빠를 닮는다더니 그 말이 진짜였나 봐.
사실 엄마도 외할아버지와 여러모로 비슷한 면이 많거든. 비단 외모뿐만이 아니라, 유난한 승부욕과 끈기, 열정, 추진력, 그리고 한 번 믿으면 끝까지 그 믿음을 놓지 않은 의리와 뚝심까지. 이렇게 비슷하면 서로 가장 잘 이해해야 할 것 같은데 현실은 외할아버지를 가장 타박하는 사람이 엄마이니 참 아이러니하지? 딸 서영이의 하소연마저 가슴에 퍼붓는 단비 같다던 피천득 시인만큼이나 네 외할아버지는 딸바보 중에 딸바보이시란다. 딸을 결혼시킨다는 말만 나와도 눈물을 훔치던 분이셔. 아마 그 남부럽지 않던 딸바보 면모가 그대로 손녀바보로 옮겨가겠지?
딱풀이 너의 얼굴 지분은 네 아빠에게 모두 뺏겼지만 손발이 모두 크고 손가락이 유난히 긴 거는 엄마를 닮은 게 분명해. 발이 큰 건 딱히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어쨌든 한 달 만에 초음파를 통해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 네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서 엄마는 참 감사했어. 고맙고 사랑해 딱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