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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래 Jun 04. 2023

아기가 많이 아팠을 거 같아요. 아가야 이제 괜찮니?

<10살 ㅇㅇ>



은송이가 아장아장 걷는 것이 귀엽다며 같이 놀아도 되나요! 묻던 한 아이가 있었다. 아이는 은송이랑 미끄럼틀도 타고 신나게 놀아주었다. 아이의 착한 마음이 참 예쁘고 고마웠다. 그 아이가 지난 주에 막내갸 어딘가에 부딪혀 무릎에 멍이 든 걸 보았나보다. ”왜 멍이 들었어요? 아기가 많이 아팠을 거 같아요. 아가야 지금은 괜찮니?”하고 물었다. 아기 입장을 헤아려 걱정해주는 아이의 말을 들으니 가슴이 몽글몽글해졌다. 멍을 보고 그 때 아이의 마음이 어땠을지 상상해보고 지금의 아이에게 안부를 묻는 마음, 그 마음은 어디서 왔을지 궁금해졌다. 우리가 같은 것을 보지만 생각과 느낌은 각각 다르다. 무릎의 멍을 보고 멍이 있네, 하는 것과 멍이 날 만큼 아팠던 시간이 있었겠네, 하는 것은 다르다. 보이는 것 아래 깔린 보이지 않는 시간을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시간과 마음을 헤아리는 눈!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그 사람의 마음을 생각해내는 눈! 어쩌면 그것이 세상을 아름답게 해주는 마법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 시기에 마스크를 쓰면서 서로의 표정을 읽지 못하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고, 보이는 세상만에 전부라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아진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간의 마음을 읽고 헤아려주는 “정”이 점점 사라진다고, 서로를 공격하고 비판하려고 하고 피해 받지 않으려고 자신을 방어하는 태도를 먼저 취한다는 글을 읽었다. 마치 무릎의 멍만 보고 아이들은 조심성이 없다느니, 엄마는 아이를 돌보지 않았다는 등의 말로 먼저 판단하고 비판하는 것처럼 말이다. 점점 차가워져가는 사회에 “보이지 않는 시간과 마음을 헤아리며 진심을 발견하는 눈“이 필요해보인다. 놀이터의 아이가 건낸 말처럼 말이다.


생각해보니 아이들은 관찰력이 좋아서 그 눈이 더 밝은 것 같다. 며칠 전 만두를 튀기다가 얼룩진 손을 보며 ”엄마가 우리 만두 구워주다 이렇게 됐나보다.  맛있게 해주려고 그랬나봐. 고맙고 미안해.“ 하던 은유, 학교에서 돌아와 ”엄마 표정이 안 좋은 것 같은데(관찰), 지금 마음이 어때? 혹시 무슨 일 있어?”라고 묻는 은호, “너 여기 왜 상처가 있어? 무지 아팠겠다! 나도 그런 적 있는데!” 하며 이야기 나누던 공원의 아이들처럼 보이는 것 너머의 이야기를 가져올 수 있는 아이들이 생각난다. 나는 요즘 그러려니-하고 사는 편이라서 아이가 다치면 습관적으로 아프겠다. 조심하자. 하고 넘어가는데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네가 잘 해보려고 하다가 넘어졌네. 그 도전이 멋지네. 상처가 낫고 또 도전해.”라든가, “왜 다쳤는지 마음이 어땠는지 어떤 생각이 났는지 물어보고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아이의 세계“에 대해  더 알아가려는 마음을 가져봐야겠다. 아이뿐 아니라 부모님, 남편, 친구들, 관계 맺는 이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마음을 헤아리고 진심을 만나는 시간을 가져여겠다. “그게 다 그러려니.. ”하고 지나치는 것보다 마음을 알아차려주는 이가 분명 세상을 더 아름답게 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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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모습을 보니

당신의 마음과 진심을 생각하게 되네요.

오해나 왜곡이 아니라 서로 이어줄 진짜를 발견할 눈이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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