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은호>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잠드는 시간이 참 좋다. 아이의 부드러운 살에 기대어 잠들 수 있어서 행복하다. 그런 밤의 대화 중 아이가 힘든 속마음을 숨겼다가 몇 달이 지난 후 뜬금없이 이야기하는 날이 있었다.
“엄마, 이 오빠가 좋아? 저 오빠가 좋아? 라고 묻는 것은 나쁜 거지? 그렇게 말하는 건 나쁜 거야. 그렇지?”라고 물으며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언제 이런 말을 나눴던 걸까 생각할 틈도 없이 아이는 내가 얼마나 속상했는지 몰라, 그 형아를 때려주고 싶었다고 말하며 엉엉 울었다. 가만히 아이를 안아주다가 울음이 잦아들자 아이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 때 수영장 갔을 때 같이 놀았던 형 있잖아. 그 형이 은유에게 이 오빠가 좋아? 저 오빠가 좋아? 라고 물으면서 나랑 그 형 중에 한 명을 선택하라고 했어. 은유는 애기라서 그냥 내가 좋다라고 했지만, 나는 은유가 나를 선택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라고 걱정했었어. 나보다 그 형이 좋다고 하면 안 되잖아. 그 형은 그날 처음 만난 형이잖아. 그러니까 내가 좋다고 한 것은 잘 했지만 나는 그렇게 질문하는 것이 싫었어. 왜 누구를 더 좋아하냐고 묻는 거야? 그런 질문은 나빠.”라고 말하며 또 울었다. “그래, 누가 더 좋냐고 묻는 것은 나쁜 것 같아. 선택되지 않은 사람은 슬퍼질 테니까. 그냥 다 좋다고 하면 다 좋을 텐데 말이야.” 아이의 말이 구구절절 다 맞는 말이어서 그랬구나, 속상했겠다 하며 마음을 달래주고 재웠다.
새근새근 소리를 내며 잠든 아이들을 보면서 생각해봤다. 어른들은 자주 아이들에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를 묻는데, 그 질문은 아이에게 물어보기 적절한 걸까? 그냥 웃자고 하는 질문이라고 하지만, 아이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했을 것 같다. 사랑하는 엄마 아빠를 왜 떼어놓고 생각하라고 하는 걸까? 한 사람을 선택하면 나머지 한 사람은 슬플 텐데, 하고 걱정했을 것이다. 그런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다 보니 그 질문은 아이에게 참 나쁜 질문이었다. 만약 누가 나를 누군가와 비교하며 누가 더 좋은지 선택하라고 한다면, 얼마나 당혹스러울까? 반면에 나를 특별한 한 사람으로 인정해주고 이해하고 받아준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무심코 던진 돌에 여러 동물이 죽을 수 있듯이, 사려깊지 않은 질문으로 아이의 마음이 크게 다칠 수 있다. 이제는 아이가 수영장에서 느꼈던 그 힘든 마음을 기억해야겠다. 단 한 사람도 존중받지 못했던 슬픔을 주지 않도록, 쓸데없는 질문은 저 우주 밖으로 던져버려야지. 쓸데없는 질문들아, 가버려!
은호야, 나는 네가 좋아. 네가 너라서 좋아.
너를 누군가와 비교하며 선택당하는 상황이라면, 이건 못마땅해. 라고 말하고 일어서도 괜찮아.
너는 너로서 충분하거든.
* 평소엔 나쁜 질문은 없다고 말했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상대를 아프게 하는 질문은 의도가 나쁘니, 나쁜 질문 일 수 있겠다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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