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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래 May 12. 2023

이 오빠가 좋아? 저 오빠가 좋아? 그질문은 나빠.

<5살, 은호>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잠드는 시간이 참 좋다. 아이의 부드러운 살에 기대어 잠들 수 있어서 행복하다. 그런 밤의 대화 중 아이가 힘든 속마음을 숨겼다가 몇 달이 지난 후 뜬금없이 이야기하는 날이 있었다.

 “엄마, 이 오빠가 좋아? 저 오빠가 좋아? 라고 묻는 것은 나쁜 거지? 그렇게 말하는 건 나쁜 거야. 그렇지?”라고 물으며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언제 이런 말을 나눴던 걸까 생각할 틈도 없이 아이는 내가 얼마나 속상했는지 몰라, 그 형아를 때려주고 싶었다고 말하며 엉엉 울었다. 가만히 아이를 안아주다가 울음이 잦아들자 아이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 때 수영장 갔을 때 같이 놀았던 형 있잖아. 그 형이 은유에게 이 오빠가 좋아? 저 오빠가 좋아? 라고 물으면서 나랑 그 형 중에 한 명을 선택하라고 했어. 은유는 애기라서 그냥 내가 좋다라고 했지만, 나는 은유가 나를 선택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라고 걱정했었어. 나보다 그 형이 좋다고 하면 안 되잖아. 그 형은 그날 처음 만난 형이잖아. 그러니까 내가 좋다고 한 것은 잘 했지만 나는 그렇게 질문하는 것이 싫었어. 왜 누구를 더 좋아하냐고 묻는 거야? 그런 질문은 나빠.”라고 말하며 또 울었다. “그래, 누가 더 좋냐고 묻는 것은 나쁜 것 같아. 선택되지 않은 사람은 슬퍼질 테니까. 그냥 다 좋다고 하면 다 좋을 텐데 말이야.” 아이의 말이 구구절절 다 맞는 말이어서 그랬구나, 속상했겠다 하며 마음을 달래주고 재웠다.



 새근새근 소리를 내며 잠든 아이들을 보면서 생각해봤다. 어른들은 자주 아이들에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묻는데,  질문은 아이에게 물어보기 적절한 걸까? 그냥 웃자고 하는 질문이라고 하지만, 아이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했을  같다. 사랑하는 엄마 아빠를  떼어놓고 생각하라고 하는 걸까?  사람을 선택하면 나머지  사람은 슬플 텐데, 하고 걱정했을 것이다. 그런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다 보니  질문은 아이에게  나쁜 질문이었다. 만약 누가 나를 누군가와 비교하며 누가  좋은지 선택하라고 한다면, 얼마나 당혹스러울까? 반면에 나를 특별한  사람으로 인정해주고 이해하고 받아준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무심코 던진 돌에 여러 동물이 죽을  있듯이, 사려깊지 않은 질문으로 아이의 마음이 크게 다칠  있다. 이제는 아이가 수영장에서 느꼈던  힘든 마음을 기억해야겠다.   사람도 존중받지 못했던 슬픔을 주지 않도록, 쓸데없는 질문은  우주 밖으로 던져버려야지. 쓸데없는 질문들아, 가버려!




 은호야, 나는 네가 좋아. 네가 너라서 좋아.

 너를 누군가와 비교하며 선택당하는 상황이라면, 이건 못마땅해. 라고 말하고 일어서도 괜찮아.

 너는 너로서 충분하거든.           






* 평소엔 나쁜 질문은 없다고 말했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상대를 아프게 하는 질문은 의도가 나쁘니, 나쁜 질문 일 수 있겠다 싶어요.



살아있다는 건, 사람을 사랑한다는 거야. 누가 더 좋냐고 묻지 않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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