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 은호>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은호가 숟가락을 식탁에 두며 물었다.
”엄마, 말에도 무게가 있나요?“
묵직한 질문에 사뭇 놀라며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되물었다. 그랬더니 나는 같은 말을 하는데, 어떤 친구는 내 말을 잘 들어주고, 어떤 친구는 내 말을 무시한다며 말에도 무게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어떻게 대답할지 몰라 은호는 어떤 답을 갖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나는 말에도 무게가 있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어떤 말은 너무 가벼워서 날아가 버리고, 어떤 말은 너무 무거워서 땅으로 떨어져버리고, 어떤 말은 적당해서 친구에게 다가가는 것 같아.“
아이의 말에 어떻게 반응 해야 할지 몰라 어물쩍대다가 ”은호랑 엄마랑 지금 하는 말의 무게는 어떤 것 같아?“ 라고 물었다. ”우리의 말은 아주 딱 좋은 무게지!“ 라고 대답하며 동생들과 놀겠다고 떠났다.
‘말의 무게’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단어의 조합에 놀랐고, 아이의 질문과 대답에 두 번 놀랐다. 아이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관계를 맺으며 어떤 말은 힘이 있고, 어떤 말은 힘이 없는지 그 이유를 스스로에게 물으면서 답을 찾아가는 중인 것 같다. 도대체 말이 무엇이길래,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기도 하고 거리를 두게 만드는 걸까? 아이가 학교에 간 조용한 시간, 말의 무게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나는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그 말의 무게는 어떠한지, 어떤 사람들과 나눈 무게가 딱 좋은 무게의 말이었는지, 내가 아이들과 나눈 말들은 얼마큼의 무게를 갖고 있는지 돌아본다. 잔소리나 짜증 같은 가벼운 말들이 얼마나 반복되고 있는지, 미처 무게를 재지 못할 만큼의 무의미한 말들이 나를 감싸고 있는지 살펴본다. 한편, 너무 우울하고 힘들어서 훅 뱉어버린 무거운 말들이 나와 가족들을 얼마나 나락으로 떨어뜨렸는지 생각하면 아찔하다. 그런데 말의 무게는 누가 잴 수 있는 것일까? 스스로 자신이 한 말의 무게를 재는 것은 어려운 것 같다. 성찰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더더욱 말이다. 그래서 한 사람의 말은 그 말을 듣는 이가 그 무게를 잴 수 있을 것 같다. 늘 듣는 이를 기억하고 말해야겠다. 말의 무게에 대해 생각할수록 내 삶을 너무 가볍고 너무 무거운 말들로 채우진 않고 싶다. 아주 딱 좋은 무게를 가진 말, 그런 말들을 많이 나누고 싶다.
당신의 말은 무게가 얼마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