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방귀는 따뜻할까, 차가울까?

6살 이은수

by 동그래

가끔 아이들과 '아무 질문이나 해보기' 시간을 가진다. 엉뚱한 이야기하기, 웃긴 이야기 하기 등의 시간도 있는데 나는 '아무 질문이나 해보기'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유치원을 마치고 집에 가던 길에 "요즘 궁금한 거 있어? 아무 질문이나 괜찮으니까 해봐." 했더니 은수가 귓속말로 "이런 질문은 좀 이상할 것 같긴 한데.. 엄마, 방귀는 따뜻할까, 차가울까?"라고 물었다. 와! 정말 좋은 질문이잖아! 엄마는 이런 질문을 생각 못했는데, 대단하다며 이 질문의 답을 진지하게 찾아보자고 했다. 은수는 자기 질문에 대한 엄마의 긍정적인 반응이 신나는지 말을 이어갔다. "엄마, 나는 잘 모르겠어. 그래서 방귀가 나올 때마다 만져보려고 하는데 잘 몰라서 물어본거야." 이 귀여운 아이의 질문과 대답에 박수를 치며 깔깔 웃었다. 아이는 그런 반응이 재미있는지 '내가 질문을 참 잘 하는 사람이지!'라며 엉덩이를 흔들며 집으로 뛰어갔다.

"은수가 했던 훌륭한 질문에 대해 우리 같이 생각해보자."라고 이야기를 꺼냈다. 은수는 쑥스러운 표정으로 '엄마, 이 질문은 비밀이었어.' 했지만, 아빠는 "사람의 체온은 따뜻한 온도를 유지하니까 그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방귀도 따뜻해." 라는 과학적인 답변을 해주었다. 은유는 "차가울 수도 있고, 따뜻한 수도 있어! 왜냐하면 북극에서는 너무 추워서 방귀가 금방 차가워질 거고, 베트남처럼 더운 나라에서는 방귀도 따뜻할 수 있잖아."라며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은수는 어떻게 생각해?" "난 방귀는 따뜻할 수도 있고 차가울 수도 있을 것 같아. "차가운 사람에게는 차가운 방귀가 나오고, 따뜻한 사람에게는 따뜻한 방귀가 나올거야." "어떻게 그렇게 생각했어?" "그건 그냥 그럴 것 같아."라며 씨익 웃었다. 아빠는 사람 몸에서 나오는 방귀 외에 오줌의 예를 들면서 만져보면 따뜻하다고 느껴질 것이라고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었다. 나는 은수를 위해 어떻게든 방귀를 뀌어보려고 노력했는데 맘대로 되지 않아 미안하다고 말했다. 은수는 깔깔 웃으면서 내 방귀를 잘 만져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방귀는 따뜻할까? 차가울까? 과학적으로 방귀의 온도를 재면 금방 풀릴 수 있는 질문일거다. 하지만 우리는 여섯살 은수의 질문에 놀랐고, 진심으로 궁금해졌고, 생각했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다. 무엇보다 참 많이 웃웃었다. 자신의 몸을 관찰하고, 몸의 변화를 찾아내고, 그 이유를 궁금해하는 어린아이의 호기심이 참 사랑스럽다. "눈이 머리에 달려 있으면 하늘을 자세히 볼 수 있을까? 눈이 발에 달려 있으면 신발을 신을 수 있을까? 눈은 왜 머리에 달려 있는 걸까? 눈이 세 개면 세상을 더 많이 볼 수 있을까?"와 같은 아이들의 질문으로 인해 눈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이유를 생각해보게 된다. 호기심과 경이로움으로 보면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는 것 같다. 아이를 통해 배우는 지금 여기에서 발견하는 감사와 즐거움이 있다.

나아가 은수가 이런 질문을 계속 던지는 사람으로 성장하면 좋겠다. 사람들이 궁금해하지 않는 것들을 궁금해하고, 누구나 알 것이라 생각하는 것들에 의문을 품었으면 좋겠다. 아무 질문이라고 소중히 여겨주고 함께 탐구해가는 친구들을 만나서 세상을 탐험하면서 살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 가족의 '아무 질문이나 해보기'가 대중 운동이 되어 이곳저곳에서 질문이 샘솟으면 참 좋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