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이은수
가끔 아이들과 '아무 질문이나 해보기' 시간을 가진다. 엉뚱한 이야기하기, 웃긴 이야기 하기 등의 시간도 있는데 나는 '아무 질문이나 해보기'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유치원을 마치고 집에 가던 길에 "요즘 궁금한 거 있어? 아무 질문이나 괜찮으니까 해봐." 했더니 은수가 귓속말로 "이런 질문은 좀 이상할 것 같긴 한데.. 엄마, 방귀는 따뜻할까, 차가울까?"라고 물었다. 와! 정말 좋은 질문이잖아! 엄마는 이런 질문을 생각 못했는데, 대단하다며 이 질문의 답을 진지하게 찾아보자고 했다. 은수는 자기 질문에 대한 엄마의 긍정적인 반응이 신나는지 말을 이어갔다. "엄마, 나는 잘 모르겠어. 그래서 방귀가 나올 때마다 만져보려고 하는데 잘 몰라서 물어본거야." 이 귀여운 아이의 질문과 대답에 박수를 치며 깔깔 웃었다. 아이는 그런 반응이 재미있는지 '내가 질문을 참 잘 하는 사람이지!'라며 엉덩이를 흔들며 집으로 뛰어갔다.
"은수가 했던 훌륭한 질문에 대해 우리 같이 생각해보자."라고 이야기를 꺼냈다. 은수는 쑥스러운 표정으로 '엄마, 이 질문은 비밀이었어.' 했지만, 아빠는 "사람의 체온은 따뜻한 온도를 유지하니까 그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방귀도 따뜻해." 라는 과학적인 답변을 해주었다. 은유는 "차가울 수도 있고, 따뜻한 수도 있어! 왜냐하면 북극에서는 너무 추워서 방귀가 금방 차가워질 거고, 베트남처럼 더운 나라에서는 방귀도 따뜻할 수 있잖아."라며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은수는 어떻게 생각해?" "난 방귀는 따뜻할 수도 있고 차가울 수도 있을 것 같아. "차가운 사람에게는 차가운 방귀가 나오고, 따뜻한 사람에게는 따뜻한 방귀가 나올거야." "어떻게 그렇게 생각했어?" "그건 그냥 그럴 것 같아."라며 씨익 웃었다. 아빠는 사람 몸에서 나오는 방귀 외에 오줌의 예를 들면서 만져보면 따뜻하다고 느껴질 것이라고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었다. 나는 은수를 위해 어떻게든 방귀를 뀌어보려고 노력했는데 맘대로 되지 않아 미안하다고 말했다. 은수는 깔깔 웃으면서 내 방귀를 잘 만져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방귀는 따뜻할까? 차가울까? 과학적으로 방귀의 온도를 재면 금방 풀릴 수 있는 질문일거다. 하지만 우리는 여섯살 은수의 질문에 놀랐고, 진심으로 궁금해졌고, 생각했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다. 무엇보다 참 많이 웃웃었다. 자신의 몸을 관찰하고, 몸의 변화를 찾아내고, 그 이유를 궁금해하는 어린아이의 호기심이 참 사랑스럽다. "눈이 머리에 달려 있으면 하늘을 자세히 볼 수 있을까? 눈이 발에 달려 있으면 신발을 신을 수 있을까? 눈은 왜 머리에 달려 있는 걸까? 눈이 세 개면 세상을 더 많이 볼 수 있을까?"와 같은 아이들의 질문으로 인해 눈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이유를 생각해보게 된다. 호기심과 경이로움으로 보면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는 것 같다. 아이를 통해 배우는 지금 여기에서 발견하는 감사와 즐거움이 있다.
나아가 은수가 이런 질문을 계속 던지는 사람으로 성장하면 좋겠다. 사람들이 궁금해하지 않는 것들을 궁금해하고, 누구나 알 것이라 생각하는 것들에 의문을 품었으면 좋겠다. 아무 질문이라고 소중히 여겨주고 함께 탐구해가는 친구들을 만나서 세상을 탐험하면서 살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 가족의 '아무 질문이나 해보기'가 대중 운동이 되어 이곳저곳에서 질문이 샘솟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