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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Jul 02. 2021

6화. 의자

산책길 벤치, 베란다 의자

의자는 잠시 쉬어갈 여유를 준다. 몸을 기대거나 풍경을 바라보거나, 혹은 멍하니 앉아있다 보면 몸도 마음도 말랑해진다.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곳이다. 불암산을 걷다가 만나는 벤치와 우리 집 전망대. 나는 이곳에서 쉰다. 어른이 된 후로 이렇게 앉아서 느긋하게 쉬어보지 못했었던 것 같다. 일 하며 아이들 키우며 바빴고, 치료받는 중에는 마음이 불편했다. 다행히도 지금은 많이 느긋해진 것 같다. 간혹 바삐 움직이다가 '아차'싶을 땐 일부러 이곳을 찾아 앉는다.


밖을 바라보는데, 문득 '집이 이런 곳이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에 가족에게 미안해진다. 집에 오면 편안히 쉬며 에너지를 얻어야는데, 그런 아늑하고 따뜻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남편의 의자는, 아들의, 딸의 의자는 어디에 있을까? 없으면 어쩌지?


말랑해진 머릿속으로 무거운 생각들이 스며들고 있으나, 나 스스로 인지하고 노력하다 보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그 마음이 닿으리라 믿는다.


우리는 살아가며 많은 에너지를 쏟아낸다. 채우는 노력도 하며 써야 는데,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가? 쉴 수 있는 장소,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어 에너지를 채울 수 있다면 참 감사한 일이다. 다 쓰기 전에 채워가고 또, 그 에너지로 사랑하는 이들에게 기댈 어깨를 내어주는 그런 나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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