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에 운전면허를 취득했다. 자전거도 배우지 못한, 운전에 자신이 없던 나는 2종 보통으로 연습했으나 계속해서 언덕을 넘지 못했다. 강사는 오토 면허를 권했고, 그렇게 2종 오토 면허를 취득했다. 도로연수를 마치고 야심 차게 차를 끌고 나갔으나 번번이 차선 변경에 실패하였으며, 우회전만 반복하다 집으로 돌아온 후 운전을 포기했다.
연말이면 '운전해야지' 하다가 결국 실패했다. 운전은 내게 풀지 못한 숙제, 넘어야 할 산 같은 무엇이었다.
주차장에 차가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시국에 항암치료를 위한 병원 이동 시 대중교통을 이용했으며 남편이 쉬는 주말에 장을 봐 왔다. 그렇게 24년이 흐른 최근, 드디어 운전을 시작했다.
무엇이든 어느 정도의 수준에 도달하려면 꾸준히 해야 한다. 꾸준함을 유지하는 데 있어, 매일 같은 시간에 실행하는 것 이상 좋은 것이 없다. 12시가 되면 운동화를 신는다. 이전에는 운동화를 신고 걷기 운동을 했는데 지금은 운전을 한 후에 운동을 한다.
6시간의 실내 연수와 10시간의 도로연수를 마친 다음 날부터 매일 운전을 시작했고 3주가 지났다. 이제 차선 변경이 어렵지 않고 늘 다니던 길은 익숙해졌으며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받으며 처음 가는 길도 도전할 수 있게 되었다. 한 달을 쉬었다가 운전대를 잡아도 이상하지 않으려면 얼마큼의 시간이 필요할까? 잘 모르겠다. 그저 그렇게 될 때까지 매일 운전을 할 것이다.
그렇게 어렵게만 느껴졌던 운전인데, 매일 운전으로 잔뜩 긴장한 어깨가 조금씩 풀어지더니 이제는 다른 차들과 풍경이 보인다. 여유가 생겼다.
오전 근무를 마치고 점심시간에 길을 나서면 차가 많지 않다. 서울 외곽의 마트에 가서 계란한판 혹은 아이들 간식 한 봉지만 챙겨 나온다. 옥상 주차장에서 평행주차도 해보고 천천히 움직이며 핸들과 바퀴의 움직임을 느껴본다. 무엇이든 가만히 들여다보고 천천히 느껴보면 어느 순간 이해하게 된다. 그럴 여유가 없이 바삐 살다 보니 무엇이든 빨리 습득하고 실행하게끔 독촉을 받지만, 사실 무언가를 살피고 느끼는 데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긴 세월 바라왔던 장롱면허 탈출을 올해가 가기 전에 시도하여 참 다행이다. 그 긴 시간, 두려움이 컸다라기 보다 여유가 부족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