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차와 함께한 지 1년이 되어간다. 항암치료에 지쳐가면서도 차는 거의 매일 마셨고 최근 내가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우선, 마음이 평안해졌다. 아침에 일어나서 기도를 하고 차를 마신다. 남편은 운동을 가고 아이는 잠든 그 시간에 조용히 진행되는 이 일상이 내게 편안함을 준다. 물을 끌이고 차호에 찻잎을 넣고 첫물을 버리고 다시 물을 붓고 기다리는, 차를 마시기 위한 이 모든 과정은 오롯이 나를 위한 것이며 찻잔 속의 차와 같이 내 마음도 잔잔해진다.
음식에 예민해졌다. 어떤 음식을 먹는데 그 향과 맛이 이상하다 느꼈고 피곤할 때 나타나는 증상처럼 입가가 살짝 부르트는 경험을 했다. 그 이후로 내 몸이 이상하다고 느끼는 음식들은 먹지 않는다. 그저 막연히 농약이나 성장촉진제 혹은 내 암종에 좋지 않은 것을 거르는 것이리라 믿고 있다.
환경에 예민해졌다. 산책하러 나갔는데 집에 빨리 가고 싶어 졌다. 공기가 좋지 않거나 기의 흐름이 좋지 않은 것이라 추측될 뿐 나 역시 정확한 원인은 알지 못한다. 그저 내 입과 몸이 거르는 것을 피한다.
나는 매일 아침 커피를 마셨다. 커피를 마셔야 정신이 들고 하루가 시작되는 것 같았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떤 때는 물 보다 커피를 더 많이 마신 날도 있었던 것 같다. 암환자가 된 후에도 나는 커피를 마셨다. 물론, 마시는 횟수가 줄었고 마일드 로스팅된 원두를 사다가 집에서 그라인더로 갈아 핸드드립으로 마셨다. 그럼에도 어딘가 모르게 찝찝한 마음이 있었다. 커피를 계속 마셔야 할지, 다른 것으로 바꿔야 할지 고민하던 차에 친구 A가 보이차를 보내주었다. 결혼하고 십 년 넘게 아이가 생기지 않던 친구는 보이차를 마시기 시작한 후 자연 임신이 되었고 그녀의 남편도 차를 시작한 후 고혈압 약을 끊게 되면서 내게도 권하게 되었다.
보이차를 처음 접한 것은 2000년 즈음 친구 B의 집에서였다. 녹차와는 다른 짙은 색 차호와 등에서부터 느껴지는 몸안의 따뜻한 기운, 무엇보다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차를 마시던 그 분위기가 참 좋았다. 그리고는 잊고 지냈다.
친구의 영향으로 나 역시 보이차를 마시게 되었다. 친구들은 차를 포함해 차와 관련된 각종 도구들을 보내주었다. 70~80년대 노차를 마셔야 처음 차를 마시고 경험하는 명현현상도 약하게 오고 내 병의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며 좋은 차를 보내주었다. 그렇게 친구들의 권유로 시작한 차는 분명 내 몸에 좋은 영향을 주었고 덕분에 이렇게 회복된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나는 보이차를 마신다. 커피는 하루에 한 잔으로 줄였다. 커피를 마실 때는 책을 읽거나 글을 쓰기도 하나 차는 다르다. 의식의 흐름을 바꾸려 하지 않고 그대로 둔 채, 차를 마시는 행위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 명상할 때와 비슷한 순간이 오며, 그 지점은 나를 편안하게 한다. 가끔은 술상을 두고 남편은 술을, 나는 차를 마신다. 술을 즐기던 내가 술 없이 그 분위기를 함께할 수 있어 좋다.
보이차와 함께 한 1년은 내 몸이 전이암 치료로 치열했던 기간이었다. 그 치열함 속에서 내 몸과 마음을 지치지 않게 달래준 이 친구에게 감사하며 앞으로도 차와 함께 삶을 이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