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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Oct 12. 2019

완벽한 피식

_우세계 「유감의 책방」

미친놈이라는 소문은 들었다. 읽어보니 정말 이상한 사람이다. 이 정도의 고퀄리티로 만드는 이유는 뭘까.



페이크 인터뷰집이다. 가상의 철물점, 식당, 다방에서 주인과 인터뷰한 내용을 담았다. 소소한 유머와 상황에서 오는 피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얇고 재미있고, 종이는 재생지여서 만지는 느낌도 좋다.


자연스럽게 드는 질문은 하나다. 왜 이정도의 작품을 만드는 걸까.


박소정은 「연애의 정경」에서 '잉여'를 설명한다. 성장과 스펙만을 이야기하는 신자유주의 시대에서 이와 정반대되는 움직임인 '잉여' 문화가 만들어졌다.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 무의미한 놀이다.


스펙 쌓기가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자기 자산을 쌓는 데 몰두하는 행위라면, 잉여는 사회가 생산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버려둔 나머지에 집중한다. 사회가 매기는 교환 가치, 시장 논리로부터 멀리 떠나온 이들의 방식은 어쩌면 노자의 무위자연보다 한 발 더 나아간 태도다.
 _박소정 「연애의 정경」
속물과 잉여, 신자유주의 체계가 생산한 현시대 한국 청년들의 초상이다. 상반한 성격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이들에게서 공통적인 특성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연애, 결혼, 출산으로 이루어지는 '친밀성 영역'을 포기한다는 점이다.
 _박소정 「연애의 정경」


그러니까, 우세계는 연예도 결혼도 포기하고 오로지 잉여짓만 하고 앉아 있는 히키코모리가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 이정도 작품이 나올 수 있을까.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이다.



재능을 썩히기 아까워서 이렇게 취미로 독립출판을 하는지, 아니면 생업에서도 창의력을 사용하는지 모르겠다.


얇기도 하지만 여백도 많아서 금방 읽는다. 오늘은 이거 읽어야지 하고 가지고 나왔다가 너무 일찍 다 읽어버리고 발을 동동 굴렀다. (나 이럴 때 불안하다.)


★★★★ 의문이 들 정도의 완성도. 몰입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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