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은유 「쓰기의 말들」
나는 책을 좋아하는 것 치고는 소설을 많이 읽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왜 소설을 안 보냐고 물으면 "분량 대비 건질 문장이 없다"라는 말을 뻔뻔스럽게 늘어놓곤 했다. 다독가라기보다 문장 수집가로, 서사보다 문장을 탐했다. 우표 수집가가 우표를 모으듯 책에서 네모난 문장을 떼어 내 노트에 차곡차곡 끼워 넣었다.
글쓰기가 어렵지는 않았지만 그냥 쓰지 않고 잘 쓰고 싶었다. 내가 모은 문장들처럼 '놀랄 만한' 문장이 내 글에도 한두 개쯤 박혀 있길 욕망했다. 아니, 그래야 글이었다.
난 시적인 글을 쓰고 싶다. 찬찬히 보고 오래 보아서 그때 보이는 것을 간결한 언어로 기록하고 싶다. 나는 니체처럼 쓰고 싶다. "있는 것은 아무것도 버릴 것이 없으며, 없어도 좋은 것이란 없다." "지진은 샘을 드러낸다." 이런 가슴으로 직진하는 잠언체, 고백적 화법을 촌스럽지 않게 구사하고 싶다. 나는 또 오웰처럼 유머와 기품이 넘치는 글을 원한다. "보통 사람들의 품위가 발현되는 세상"과 "정치적인 글쓰기를 예술로 만드는 일"을 바랐던 그의 꿈은, 나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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