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서머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태원댄싱머신 Oct 20. 2019

박보검의 책

_은유 「쓰기의 말들」

가지고 다니면서 읽기 좋다. 우유 출판사 답게 가볍고 이쁜 재생지다. 표지도 우유 출판사치고 나은 편이다. 얼마 전 TV에서 박보검이 읽어서 화재가 되었다.



저자는 글쓰기 강좌를 하고 글쓰기에 대한 글을 쓰는 사람이다. 스스로 문장수집가라고 이야기하는데, 약간 놀랐다. 나도 비슷한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문장을 모으고, 이거 봐, 대단하지? 하고 자랑하고 싶다. 수집한 문장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내 이야기를 덧붙이는 일이 재미있다. 그동안 브런치에 써왔던 글들도 이런 형태가 많다.



책은 저자가 수집한 문장과 직접 쓴 짧은 에세이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책을 좋아하는 것 치고는 소설을 많이 읽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왜 소설을 안 보냐고 물으면 "분량 대비 건질 문장이 없다"라는 말을 뻔뻔스럽게 늘어놓곤 했다. 다독가라기보다 문장 수집가로, 서사보다 문장을 탐했다. 우표 수집가가 우표를 모으듯 책에서 네모난 문장을 떼어 내 노트에 차곡차곡 끼워 넣었다.
글쓰기가 어렵지는 않았지만 그냥 쓰지 않고 잘 쓰고 싶었다. 내가 모은 문장들처럼 '놀랄 만한' 문장이 내 글에도 한두 개쯤 박혀 있길 욕망했다. 아니, 그래야 글이었다.
난 시적인 글을 쓰고 싶다. 찬찬히 보고 오래 보아서 그때 보이는 것을 간결한 언어로 기록하고 싶다. 나는 니체처럼 쓰고 싶다. "있는 것은 아무것도 버릴 것이 없으며, 없어도 좋은 것이란 없다." "지진은 샘을 드러낸다." 이런 가슴으로 직진하는 잠언체, 고백적 화법을 촌스럽지 않게 구사하고 싶다. 나는 또 오웰처럼 유머와 기품이 넘치는 글을 원한다. "보통 사람들의 품위가 발현되는 세상"과 "정치적인 글쓰기를 예술로 만드는 일"을 바랐던 그의 꿈은, 나의 꿈이다.


★★★★★ 나도 이런 거 하고 싶다. 나도.




좋아하는 출판사1 : 유유


매거진의 이전글 자립은 많은 사람에게 의존하는 것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