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선과 김현철의 대담
경선 : 일과 사랑에 대한 태도가 점점 반대로 되어간다는 느낌인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현철 : 뒤틀린 보편성이죠. 사랑을 그냥 하면 되는데 우리나라는 원체 룰이 많은 유교 베이스가 있으니까요. 심지어 교회를 가도 유교 베이스가 있어요.
현철 : ... 이런 부분에서 제가 늘 비난을 받았는데요. 보편성에서 벗어나면 어떤 형태로든 욕을 얻어먹게 될 수밖에 없어요. 우리나라 문화권에서는 특히 그래요. 보편성에서 벗어나는 두려움. 보편성에서 벗어났을 때 받을 것 같은 비난, 그런 것들에 대한 두려움이 많아요.
현철 : 저는 직업을 발톱에 낀 때만도 못하게 여기거든요. 직을 꿈과 동일시하는 거 웃겨요. 꿈이 직업도 아니고, 직업이 나의 목표도 아니고. 사람의 목표란 건 있을 수 없는 건데요. 그래서 제가 '찰나를 살아라'라는 말을 자주 쓰나 봐요.
경선 : 남 탓하는, 상황 탓하는 습성에 빠지게 되면 자기모순에 빠지기 쉬울 것 같아요.
현철 : 남들은 연봉이 얼마냐, 일주일에 며칠 쉬냐, 라며 상한선을 보잖아요? 전 늘 하한선을 정하라고 하거든요. 어떤 부분은 양보할 수 있되 어떤 부분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부분, 그게 하한선인데 전 그게 침해당하면 그만두라고 얘기해요.
경선 : 그 안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선택을 하지 못하면 어쩌죠?
현철 : 제 입장에서 그 부분은 정말 드라마틱한데요. 그게 신기하게도 극심한 불안에서 조금 좋아질 때 그런 우유부단한 반응이 나타나는 거예요. 그래서 정신과 의사는 우유부단함이나 공허함 같은 신호를 좋은 신호로 봐요. 저는 그것을 우유부단함이라는 부정적인 해석보다 영화 <메트릭스>에서처럼 빨간 약 먹을래? 파란 약 먹을래? 지금 너는 이런 선택의 기로에 있는 거야, 라고 얘기하죠.
경선 : 선택의 기로에 있다는 거는 건강한 거다?
현철 : 네. 한쪽을 맹신하는 것보다는 나은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