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서머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태원댄싱머신 Oct 24. 2019

뒤틀린 보편성

임경선과 김현철의 대담

작가 임경선의 에세이지만, 뒷부분에는 정신과 의사인 김현철과의 대담이 담겨 있다. 책 본문보다 이 대담이 더 마음에 들었다.



무한도전에 나왔던 바로 그 김현철, 환자와 사귄 것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바로 그 김현철이 맞다. 글을 통해서 본 그는 과연 매력적이었다. 그 매력을 허투루 썼나 보다.


뒤틀린 보편성


뒤틀린 보편성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든다.


경선 : 일과 사랑에 대한 태도가 점점 반대로 되어간다는 느낌인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현철 : 뒤틀린 보편성이죠. 사랑을 그냥 하면 되는데 우리나라는 원체 룰이 많은 유교 베이스가 있으니까요. 심지어 교회를 가도 유교 베이스가 있어요.
현철 : ... 이런 부분에서 제가 늘 비난을 받았는데요. 보편성에서 벗어나면 어떤 형태로든 욕을 얻어먹게 될 수밖에 없어요. 우리나라 문화권에서는 특히 그래요. 보편성에서 벗어나는 두려움. 보편성에서 벗어났을 때 받을 것 같은 비난, 그런 것들에 대한 두려움이 많아요.


직업


현철 : 저는 직업을 발톱에 낀 때만도 못하게 여기거든요. 직을 꿈과 동일시하는 거 웃겨요. 꿈이 직업도 아니고, 직업이 나의 목표도 아니고. 사람의 목표란 건 있을 수 없는 건데요. 그래서 제가 '찰나를 살아라'라는 말을 자주 쓰나 봐요.


맞다. 직업은 돈을 받기 위해서 억지로 하는 일이다. 자아실현은 돈 내고 하는 거다. 그런데 이게 말이 쉽지... 나도 무의미한 일을, 혹은 하기 싫은 일을 해야했을 때는 힘들었다.


직장


경선 : 남 탓하는, 상황 탓하는 습성에 빠지게 되면 자기모순에 빠지기 쉬울 것 같아요.
현철 : 남들은 연봉이 얼마냐, 일주일에 며칠 쉬냐, 라며 상한선을 보잖아요? 전 늘 하한선을 정하라고 하거든요. 어떤 부분은 양보할 수 있되 어떤 부분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부분, 그게 하한선인데 전 그게 침해당하면 그만두라고 얘기해요.


사직서를 매일 가지고 다니던 지인이 있었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대우를 받게 되면 사직서를 낸다는 각오로 회사를 다닌 거였다. 결국 그 친구는 어느 순간 사직서를 냈고,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랩을 좋아하는, 멋있는 친구였다.


우유


경선 : 그 안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선택을 하지 못하면 어쩌죠?
현철 : 제 입장에서 그 부분은 정말 드라마틱한데요. 그게 신기하게도 극심한 불안에서 조금 좋아질 때 그런 우유부단한 반응이 나타나는 거예요. 그래서 정신과 의사는 우유부단함이나 공허함 같은 신호를 좋은 신호로 봐요. 저는 그것을 우유부단함이라는 부정적인 해석보다 영화 <메트릭스>에서처럼 빨간 약 먹을래? 파란 약 먹을래? 지금 너는 이런 선택의 기로에 있는 거야, 라고 얘기하죠.
경선 : 선택의 기로에 있다는 거는 건강한 거다?
현철 : 네. 한쪽을 맹신하는 것보다는 나은 거죠.


책에 대한 리뷰는 아래에 있다.


임경선 작가보다 오히려 김현철의 통찰에 놀랐다. 만일 이 책을 본다면, 뒷부분 대담을 먼저 볼 것을 권한다. 매력적이다. 그런 그 매력을 허투루...

매거진의 이전글 어른하는 맛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