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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Nov 22. 2019

여성도 민족

 _고미숙 「한국의 근대성, 그 기원을 찾아서」

1장에서 민족에 대해 이야기하고, 2장에서는 여성을 다룬다. 민족이라는 개념이 만들어졌으니, 여성도 민족 안으로 가져와야 한다. 하지만 2등시민이었던 여성을 남성과 같은 범주에 넣으려다 보니 갖가지 어설픈 논리들이 동원된다.



서구


지금 세계에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도 남녀의 권리가 평등한 나라는 다 개명하고 부강하거니와 남녀권이 평등이 못되고 보면 나라가 미약하고 사람이 조잔한지라 오늘날 우리 대한형세로 말하거드면 제일 큰 악습이 있으니 이 악습으로 하여 전국 인민이 이천만에서 일천만은 죽은 모양이오
 _매일신문 92호 1898-08-13 논설


서구에서 남여가 평등하니,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식이다.


모든 계몽 담론이 그러하듯이 여기서도 논리 이전에 선험적 차원에서 서구가 표준으로 제시된다. 그것은 압도적으로 자명한 것이어서 합리적 논증의 영역이 아니다.
 _고미숙 「한국의 근대성, 그 기원을 찾아서」


국가


민족을 부흥하기 위해 인구는 늘어야 한다. 그래서 여성의 생산력이 강조된다.


하늘이 아무리 스스로 강해져도 땅이 생성하지 않으면 동물과 식물이 어디서 생겨날 것이며, 남자가 아무리 자유롭다 해도 여자가 아무 쓸모없다면 집안과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 어떻게 온전해지겠는가? 그러므로 여자도 남자와 동등하게 교육을 받게 하고, 산업을 발전시키게 하는 것이 세계 최고국가가 되는 지름길이다.
 _청해백 「남녀의 동등론」


욕망의 주체로서의 여성이 아니라, 오로지 생산하는 여성이다.


어머니


생산 후에도 여성의 역할은 있다. 바로 어머니다. 이 단어에서 성적인 욕망은 찾아볼 수 없다. 역할과 의무만 부여될 뿐이다.


대개 여편네의 직무는 세상에 나서 사나이를 가르치는 것이라 여편네가 학문이 있거드면 자신을 처음에 뱃속에 포태하였을 때부터 아홉 달을 잘 보호하여 해산한 후로 차차 기르면서 더웁고 춥고 주리고 배부르고 가렵고 아픈 것을 때때로 잘 살피며 조리있게 길러내어 밤낮 없이 인도하는 말이 ...
 _독립신문 「서재필의 연설」 1898-01-04 논설
그러므로 집집에서 가정교육에 힘쓰되 그 교사는 부인이 할지라 그런 고로 각처에 여학교를 설립함이 가장 긴요하다 하노라
 _정나헬 「여자의 교육은 즉 사법」 대한매일신보 1909-02-21 기사


안타까운 건, 여성 교육이 강조될수록 여성은 남성과 동등해지는 것이 아니라, 남자 아이를 가르치는 보조적인 존재에 머무른 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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