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미야베 미유키 「이유」
자석이 쇳가루를 끌어 모으듯 '사건'은 많은 사람들을 빨아들인다. 폭심지에 있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제외한 주위의 모든 사람들, 이를테면 각자의 가족, 친구와 지인, 근처 주민, 학교 친구니 회사 동료, 나아가 목격자, 경찰의 탐문을 받은 사람들, 사건 현장에 출입하던 수금원, 신문배달부, 음식배달부 등, 헤아려보면 한 사건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관련되어 있는지 새삼 놀랄 정도다.
"엄마." 하고 전화 저편에서 이시다 나오즈미는 말했다.
기누에는 웃음을 거두었다. 요즘 나오즈미는 기누에를 '할머니'라고 불렀다. 자기 자식인 나오키와 유카리가 그렇게 부르니까 그도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그래서 가누에도 그를 '아빠'라고 부른다. '너'라고 부른 일은 있어도 좀처럼 '나오즈미'라고는 부르지 않았다. 이시다 가는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가정이므로 가족의 호칭도 아이들 처지에서 본 것으로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나오즈미는 가누에를 '엄마'라고 불렀다. 겁에 질린 아이처럼.
가누에는 목소리를 꿀꺽 삼키고 서 있었다. 수화기를 꼭 쥔 손가락이 차갑게 굳어가는 것을 느꼈다.
"엄마." 하고 나오즈미는 다시 한 번 말했다. "나, 큰일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