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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Mar 31. 2020

국회의원 욕만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철퍼덕하고 앉아서, 국회의원 욕만 하고 앉아있다가 문득 생각했다. 아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입법부는 그래도 정기적으로 교체를 한다. 자기들도 살려고 아등바등하기 때문에 더러워지면 알아서 거른다. 거름망이 언론을 통해서 더럽혀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매주 수요일 분리수거 하듯이, 열심히 꾸준히 교체해준다.


비우지 않는 쓰레기 통처럼 굳건히 버티고 있는 곳은 입법부가 아니다. 대표적인 세 곳이, 사법부, 언론 그리고 재벌인데, 오늘은 사법부 뚜껑을 열어보려고 한다. 활짝 열면 파리 나올 수 있으니까, 기억해야 할 몇 분들만 슬쩍 분리수거 해보려고 한다.


오덕식


뭔가 성공한 오덕 느낌이 나는 이름이지만, 성공한 사람 맞다. 사법부에 들어갔으니, 성공이지. 그리고 성공의 길을 가듯이 양승태 로드를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가수 구하라의 성관계 영상을 불법적으로 찍고 유포하려고 했던 범죄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둘이 성관계를 가졌으니 무죄라는 논리였다. 이후에 벌어진 협박에 대해서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게다가 구하라 성관계 영상의 내용이 중요하다며, 어디서 다운로드하였는지, 굳이 찾아봤다. 피고인석과 판사석이 겹쳐지는 오묘한 순간이었다.


그동안 성범죄를 주로 맡아서 판결했다. 안타깝지만, 이전의 판결도 비슷했다.


최창훈


배우 강지환은 여성 스태프를 성폭행하고도 풀려났다.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이유였다. 강지환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판사는 최창훈이다. 강간 사건에서 가해자가 풀려나는 일은 사실 흔한 일이다. 유죄를 인정하더라도 피해자와 합의하면 풀려나는 범죄가 강간이다.


임해지


얼마전 (2019년) 시아버지가 며느리 직장까지 찾아가서 성추행했다. 판사는 당연히 집행유예를 선고했고, 판사가 밝힌 집행유예의 이유는 '가해자가 반성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판사 임해지는 이름만 보면 여성인데, 여성이다.


이전에도 (2009년) 며느리를 추행했던 시아버지가 있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신의 며느리를 수차례 추행해 죄질이 좋지 않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풀어주었다.


위의 시아버지들 이야기는 그래도 유죄가 인정되었다. 인정되지 않는 경우, 즉 무죄 판결이 난 경우는 훨씬 심각하다. 무죄는 대부분 '피해자 답지 않다'거나 '피해자의 의도가 의심된다'는 이유에서 나왔다. CCTV 증거가 있거나 목격자 진술이 있어도 무죄가 나왔다.


이 중 49건(72.1%)이 “피해자 진술을 믿기 어렵다”는 게 무죄 판결의 핵심 이유였다. 44건(64.7%)이 여타의 물증이나 목격 진술 없이 기소된 사건이었고, 폐쇄회로TV(CCTV)나 유전자(DNA) 자료 등 객관적인 증거가 있었던 사건은 7건(10.3%)에 불과했다. 목격자 진술이 뒷받침됐음에도 무죄였던 사건은 17건(25.0%) 있었다.
 _중앙선데이 「성범죄 추행과 무고 사이」 2018-11-10 기사


양승태는 너무 유명하니 거른다. 그래도 기억해야 할 분들이 너무 많다. 국회의원 욕할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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