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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Jun 03. 2020

바다를 흔드는 파도가 되어야지

 _다니자키 준이치로 「마술사」

한 연인이 마술사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 이 마술사를 보면 누구나 그 매력에 정신을 못 차린다고 한다. 그 또한 마술인지 아니면 단순한 매력인지, 우리 연인의 사랑도 그 앞에서 무사할 수 있을지 둘은 궁금해한다.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두둥. 약간 뻔한 결말이 예상되지만, 계속 읽는다. 마술사를 만나러 가는 과정을 매우 요상하게 묘사하는데, 너무 자세히 설명해서 눈에 그려지는 것 같다. 결국 마술사를 만나고, 두둥. 주인공은 역시나 마술사의 묘수에 빠져서 스스로를 노예로 바꿔달라고 반인반양으로 바꿔달라고 자처한다. 그런데 여기서 여자친구의 선택이 재미있다.


나는 당신의 미모나 마법에 혹해 이곳에 올라온 것이 아니에요. 나는 내 연인을 되찾으러 왔습니다. 끔찍한 반양신의 모습이 된 저 남자를 부디 지금 당장 인간으로 되돌려 주세요. 그리고 만일 되돌려 줄 수 없다면 아예 나를 저 사람과 똑같은 모습으로 만들어 주세요. 설령 더 사람이 나를 버리더라도 나는 영원히 저 사람을 버릴 수 없습니다. 저 사람이 반인반양의 신이 되었다면 나도 반인반양의 신이 되지요. 나는 어디까지라도 저 사람이 가는 곳이라면 따라갈 거예요.
 _다니자키 준이치로 「마술사」



감동적이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이런 게 멋있다. 독야청청 수련하는 사람이 되어서 홀로 단단하게 서 있고 싶었다, 예전에는. 파도에 휩쓸리고, 파도가 일상이 되다 보니, 조금씩 생각이 바뀌고 있다.


내가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바다라면, 휩쓸리더라도 나는 파도가 되어야지. 나 혼자 단단한 돌처럼 서 있는 건 오만이 아닌가. 혼나기 딱 좋다. 사랑이 밖을 향하는 것이라면, 나는 부서지는 모래가 되어야지, 바다를 흔드는 파도가 되어야지.


★★★★★ 재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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