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태원댄싱머신 Apr 03. 2021

책을 소거법으로 본다

주위에 책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보니, 종종 책 추천을 주거니 받거니 하게 된다. 민망한 건, 김기택이 좋다고? 김기택, 김기택, 중얼거리며 집으로 돌아와보면, 김기택이 떡 하니 책장에 꽂혀있는 것이다. 책은 꽂아놓을 뿐, 이후에도 읽지 않는다. 다음에 또 누군갈 만나면 당연하다는 듯이 책추천을 받게 되고, 김기택은 박준 옆에 김소연 옆에 굳건히 책장을 지키고 있다, 인내심 있게.


소거법


인내심 있게, 읽지 않는 이유는 내가 소거법으로 책을 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읽고 버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책장에 책이 닥치는 대로 꽂혀있고. 나는 이걸 집히는 대로 읽고 싶지만, 책이 너무 다. 책은 책장에 꽂혀 있을 때 보기 좋다. 지금 내 서재의 책장은 이미 꽉 차서 바닥까지 흘러넘친 상황이다. 판정을 기다리는 책들이 줄 있다. 어떻게든 일단 바닥에 있는 녀석들이라도 처리해서 깔끔한 서재를 만들 계획이다.


읽고 버리기


그래서 별로일 것 같은 책을 고른다. 읽고 별로다 싶으면, 고민 없이 버리면 된다. 만족스럽다. 검증된 작가라면 굳이 읽지 않는다. 김기택의 「껌」이 우리집 책장에 붙어있지만, 아직까지 읽지 않은 이유다. 어차피 좋은 책일 것이기 때문에. 이렇게 고심해서 읽을 책을 골랐는데, 읽은 책이 의외로 마음에 들면 낭패다. 버리지 못하는 책이 하나 더 늘어난 거다. 반대의 경우는 최악이다.


한번 읽어보고 소장할 만하면 노란펜으로 밑줄을 긋는다. 어차피 내가 보관할 거니 마음에 드는 부분을 언제든 다시 펼쳐볼 수 있도록 표시하는 것이다. 물론 표시만 해놓고 다시 보지는 않는다. 신중하게 판단한다. 기대를 가지고 책을 펼치는 경우는, 고민없이 서문부터 밑줄을 친다. 그런데 앞부분만 좋고 뒤로 갈수록 실망스러운 거다. 버리고 싶지만 이미 노란 밑줄이 죽죽 그어져 있다. 이 얼마 안되는 부분에 정이 들어서, 꼼짝없이 데리고 있어야 한다.


외외로 좋은 책

의외로 나쁜 책


의외로 좋은 책도, 의외로 나쁜 책도, 삶에 우연성을 가미해서 사는 맛을 배가시킨다. 텍스트는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게 달라서, 누구는 최고로 꼽는데, 누구는 망작으로 선정한다. 표지나 요약만 가지고 진가를 알아볼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일단 어느 정도 읽어봐야 판단할 수 있다.


여러모로, 연애와 참 비슷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유퀴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