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시시 Jun 14. 2021

아직 후회할 시간이 남아 있다면..

창작과 비평 미션 <시> 편



창작과 비평을 통해서 정말 책을 읽는 것 같은 기분이다. 종전의 자기 계발서나 자녀 교육서, 글쓰기 책, 독서교육 책들은 특정 정보를 얻기 위함이었다면 '창작과 비평'은 정말 책 다운 책을 읽기 위한 '지침서'이다.


허구이지만 작가의 경험과 생각이 묻어난, 사실에 기반한 그 창작물을 읽는 기분은, '내가 이제 정말 책이라는 것을 읽는구나!' 하는 생각마저 하게 만들었다.



오늘의 미션은 <시>를 읽고 리뷰하는 것이다.


문학에 문외한인 내가, 고등학교 시절 교과서를 통해 접한 시 이외에 굳이 시간을 내서 읽은 것은 부끄럽게도 처음이다. 그래서인지 시를 읽는 것이 다소 어렵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그중에 내 마음을 울리고 그 느낌이 전해지는 시가 있었으니, 도종환 시인의 <사투>이다.



한 사람, 즉 아버지의 일생에 대해서 한 시대임을 그려냈다. 우리 시대 어르신들이 그랬듯, 도종환 시인의 아버지 역시 가난과 전쟁, 기아와 사투의 시간을 보낸다.

생과 사의 능선을 오르내리고 끼니때마다 허기와 싸우며 가족 중의 죽음은 흔한 일인, 또 동료들 시체 옆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의 그 악착스러움의 본능에 대해 시로 풀어냈다. 그러나 그 시대 흔하게 살아온 그의 일생은.. 그저 당신 스스로를 위해 보낸 시간이 아니라, 어쩌다 보니 그 자리에 강제 징용이 되어 살기 위해 피 터지게 싸웠던 그분들의 세월을 보상하지는 못할지언정, 세상은 패잔병 취급했다고 표현한다. 그리고 산소호흡기에 빨간불이 들어오며 경고음이 울리는, 죽음을 앞둔 아버지와의 그 교감의 시간이 내겐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사투>중 일부를 발췌해 보겠다.



말을 할 수 없게 된 아버지가
백지에다 내가 죄가 많다고 마지막 말들을 쓸 때
나는 내가 더 죄가 많다고 말했어야 했다.
......(중략)
아버지가 들을 수 있을 때
이 말을 해야 했다



살면서 뜻하지 않게 흘러가는 인생길이 있다. 생각지도 않게, 의도치 않게, 원하지 않게.

본인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다른 이의 삶일 수도 있다.

그럴 때 옆에서

"그건 너와의 싸움이 아니야,

너도 나도 가혹한 운명과 싸운 것뿐이야.

결국은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어,

그냥 받아들이자."

라고 공감의 언어로 누군가가 힘이 되어 준다면,

"들을 수 있을 때 그 말을 해 준다면"..

당사자나 지켜보는 이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지 않을까? 더불어 "괜찮아, 넌 최선을 다했어."라는 격려의 말 한마디를 덧붙여준다면, 살아가는 또 다른 힘이 되고 이유가 되지는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엄마라면 누구든지 함께 책 읽어요>

https://brunch.co.kr/@joyinuoo/169



매거진의 이전글 최악에서 최고가 되기까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