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의 동화책을 읽고 있으면 아이든 어른이든 마음 한편에 강한 울림이 있기 때문이다. 집에는 백희나 작가가 쓴 동화책이 웬만하면 다 있다.
이번에는 '안녕달'이다. 한 동안 백희나 작가 고유의 동화 스타일과그림 속 미니어처의 감성에 빠져 있었다면, 요즘엔 안녕달 특유의 느낌과 잔잔한 색감의 일러스트가 자꾸 생각난다. 그러던 중, 구입한 책이 안녕달의 <수박 수영장>과 <할머니의 여름휴가>이다.
<수박 수영장>은 도서관에서 종종 빌려 읽었다. 책을 좋아하는 딸아이가 문득 그 책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야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내가 책을 구입하는 방식은 늘 이렇다. 도서관에서 대여해서 아이가 읽고 싶은 책이 생기면, 그중에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자꾸 이야기하는 그 책은 언젠간 반드시 구입한다.
남들의 소개로, 혹은 엄마의 판단으로 책을 사면 대부분은 실패다. 하지만 아이의 요구로 산 책은, 또 시간이 흘러도 생각나는 그 책은 마르고 닳도록 읽게 되어있다.
심지어, 아끼고 소중히 다룬다. 그만큼 애착이 가는 책이 되고, 만족 지연의 효과가 반영이라도 된 듯,아이는 책을 더 즐겁게, 감사하며 읽게 된다.
서론이 길었다. 이제 오늘의 독서모임을 열어보자.
[ 도서명 ] 수박 수영장
[ 내 용 ]
커다란 수박이 반으로 쩌억 갈라진다. 해마다 열리는 수박 수영장이다. 긴 사다리를 끄는 사람이 나오면서 수박 수영장은 개장을 한다. 아이들이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한데 모여 다양한 방법으로 놀이를 한다. 이제는 '여름'하면 빼놓을 수 없는 대표 동화책이 된 안녕달의 동화책이다.
[ 도 입 ]
-수수께끼: ‘수박’을 스무고개로 맞히기
-동화 들려주기
-가장 인상적인 장면?
[ 질 문 ]
-나에게 인상 깊었던 수영장에 대한 기억은?
-수박 물은 달아서 끈적할 텐데 아이들은 어떻게 놀았을까?
-수박 수영장이 '씨 없는 수박'이었으면 어땠을까?
-이 장면에서는 어떤 놀이를 하면 좋겠니?
책에 나오지 않은 다른 놀이는 없을까?
-수박 수영장이 열리면 인기 있던 두 가지,
구름 우산과 먹구름 샤워는 왜 인기가 있었을까?
-(마지막 페이지) 분명히 많은 아이들이 수박 위에서 놀았어. 그런데 마지막 그림을 보면 수박 옆에 우리가 사용하는 숟가락이 있네. 어떻게 된 걸까?
[ 마무리 ]
내가 수박 수영장에 간다면? (그림이나 글로 표현하기)
다른 아이가 급히 병원에 가느라 우리 집 아이들끼리 진행을 했다. 10,7,4세의 세 명의 아이와 함께 말이다. 10세 두 명에서 다양한 연령의 아이로 분포도가 넓어졌다. 질문에 좀 더 신중해야겠다 생각했다. 연령별로 적절한 난이도의 질문을 던져야지 아이들도 즐겁게 대답한다. 그래서 원래 준비한 질문이 아닌, 즉석에서 나온 질문을 위주로 진행하였다. 질문의 가짓수를 줄이고 대화에 더 집중을 하였다. 많은 질문으로는 아이의 생각을 끄집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이 책을 여러 번 읽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집중하여 듣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안녕달의 그림 한 장면 한 장면을 눈여겨보며 그림 기법에 대해 자기들끼리 색연필이다, 파스넷이다, 파스텔이다 등등 다양한 의견을 주장했다.
먼저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각각의 수박이 햇빛에 익으며 쫘악 갈라지는 부분, 그리고 마지막에 수박 수영장에 단풍잎이 떨어지며 수영의 마지막을 알리는 장면이었다. 4살 막내는 수박이 맛있어 보여 좋다고 대답했다.
동화책 중간에 수박을 이용해 다양한 놀이를 한다. 성 만들기, 수박 사람(눈사람처럼) 만들기, 수박 던지기, 다이빙, 수박껍질 미끄럼 타기 등. 너희들이 이곳에 있었다면 어떤 놀이를 하겠니?
이런 놀이 말고? 어.. 아! 생각났다. 잠수! 보물찾기! 수박씨 찾기! 공간 넓히기! 숨바꼭질, 누가 잠수 오래 하나? 미로 찾기.
미끄럼틀 팝업 시키기(변신 장난감 활용), 나뭇잎 배, 수박으로 장난감 만들기, 수박 덩어리를 건져내고 생긴 수박 물에서 수영하기, 수박씨 던지기, 수박 던지기, 수박 쌓기, 수박 자동차 만들어 놀기, 수박으로 책 만들기, 수박화채, 수박 액세서리, 수박으로 캐릭터 조각하기 등등....
두 아이는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서로 생각해내려고 골머리를 썼다. 10살 누나한테 밀려 대답 못 하던 7살 동생도, 한 개의 생각이 나자 봇물 터지듯 다양한 놀이를 생각해냈다. 마치 내가 해냈다!라는 듯, 의기양양해져서 다양한 놀이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아이는 성취감을 느낀 것이다. 자꾸 생각하며 사고력과 집중력, 어휘력이 상승되는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수박 수영장이 열리면 인기 있던 두 가지, 구름 양산과 먹구름 샤워는 왜 인기가 있었을까?
땡볕에서 놀려니 시원한 그늘이 필요했어.
그럼 큰 천막을 치면 되잖아.
천막을 안전하게 치기 어렵지, 그 큰 수박에 어떻게 천막을 쳐?그럼 큰 구름을 준비하면 어때?
에이, 엄마! 구름이 많아지면 비가 내려서 안 되지.
좋아, 그럼 먹구름 샤워는 어떻게 생각해? 건강에 괜찮을까? 미세먼지도 있고, 산성비도 내리는 위험한 샤워 아니야?
에이, 엄마! 저 때는 마스크를 안 썼잖아, 깨끗했을 거야.
그럼, 진짜 먹구름 샤워가 있으면 어떨까?
좋을 것 같기도 하고 안 좋을 것 같기도 해.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이 안 좋을 것 같아?
우선, 시원할 것 같아. 그런데, 먹구름 비가 갑자기 많이 내리면 물대포 맞을까 봐 무서울 것 같아.
(마지막 페이지) 분명히 많은 아이들이 수박 위에서 놀았어. 그런데 마지막 그림을 보면 수박 옆에 우리가 사용하는 숟가락이 있네. 이거, 어떻게 된 거지?
7살 둘째가 대답했다.
꿈은 아니었을 것 같아. 왜냐하면 증거가 있잖아.
별도 있었고, 진희야 가자라고 말도 했었어.
이에 10살 첫째가 대답했다.
이건 집에 가서 수박을 먹은 거 아니야? 집에 가서?
아, 동화책 속의 아이들이 수영을 마치고집에 가서 수박을 먹었다 이 얘기야?
응, 그거지!
그때, 미처 생각지 못한 발견을 했다.
엄마, 근데 여긴 줄무늬가 없네.
그러게, 왜 이 장면은 왜수박껍데기에 검은 줄이 없고 하얗게 칠했을까?
글쎄.. 작가가 빠트렸나? 에이~ 우리가 칠해주자!
로 말하며 이 질문은 급 마무리되었다.
하브루타식 대화는 이렇게 답을 내지 않아도 된다.
단지 서로 평등한 관계에서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며
대화로 그 생각을 끄집어내는 데에 있다.
오늘의 마무리 활동은
"내가 만약 수박 수영장에 간다면?"이다.
이에 한 아이는 그림을 위주로,
한 아이는 이야기를 지으며 마무리했다.
10살 아이의 <수박 수영장에 간다면> 활동이다.
7살 아이의 <수박 수영장에 간다면>활동이다. 이야기를 짓고 싶다며 엄마에게 직접 써줄 것을 당부하여, 아이의 이야기를 받아적었다.
오늘은 특별히 4살 아이를 생각해 활동을 하나 추가했다.
원색 켄트지로, 벽을 가득 채울 정도로 큰 수박을 만들고 싶었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집에 있던 박스 중 가장 큰 것들을 골라 준비했다.
사용된 물품: 종이박스, 크레파스, 유치원에서 배부한 스티커 자료 남은 부분, A4용지
이렇게 우리의 <수박 수영장> 독서 모임은 끝이 났다.
해마다 여름이면 시댁에 내려가 마당에 물놀이장을 설치하여 신나는 물놀이를 했는데, 이번엔 시부모님의 만류로 시골에 내려가지도 못 하고, 예전의 추억만을 곱씹으며 집에서 이렇게 여름을 보내고 있다.
여름을 맞이하여 시원한 주제로 이야기하고 싶었다. 직접 경험을 하지는 못할지언정, 기분이라도 즐기고 싶었다. 지난여름의 기억을 소환하고, 수박에 대한 경험이 바탕이 되어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른 멤버가 빠져서 미룰까 했다가 우리 집 아이들 3명으로 진행을 했는데, 연령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각자의 의견을 다양하게 끄집어내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중간에 화장실 처리를 돕거나 땡깡을 부리는 동생들이 있어 중간에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말이다.
아이들이 어린 걸 어쩌겠나, 이것도 다 추억이다.
생각하면 생각한 대로, 마음먹으면 먹은 대로 되는 것이다. 아이로 하여금 스트레스를 받기로 작정하면
만사가 짜증, 분노, 화의 대상이 되는 것이고,
즐거움과 감사의 대상으로 바라보면 모든 것이 즐겁고 감사하고 행복감마저 느끼는 대상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