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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시시 Feb 15. 2023

내 안에 봄바람

<깊은 밤을 건너온 너에게>와 이어진 인연


 *** [매일 15분 책읽기 인증방] 멤버 모집 중입니다 ***



작년 여름이다. 방수진 작가의 <깊은 밤을 건너온 너에게>라는 책을 읽은 게. 책읽기 인증방 책친님의 권유로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세 아이의 엄마인 방수진 작가의 책을 읽으며 내게도 어울릴 책이라고 추천하셔서 읽어 보았다. 세 아이 엄마는 세 아이 엄마에게 끌리는 법이다(방수진 작가님은 세 아이의 엄마다).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받아드는 순간 방수진 작가의 그림에 매료되었다. 겉표지부터 속지 중간중간, 방수진 작가의 수채화가 내 마음을 시원하게 씻어주는 기분이었다. .


"안녕하세요? 상호대차 책 찾으러 왔어요."

"성함이.."


책을 건네받고 뒤돌아서려는 나를 사서 선생님이 불렀다.


"혹시, 그림 그려보실래요?"

"그림이요?!!"

도서관에서 갑자기 그림 이야기를 하니 잠시 당황했다.


"이번에 도서관에서 '어반 스케치' 그리기 과정이 6주간 진행되요. 이 책을 빌려가는 모습을 보는데, 왠지 어울리실 것 같아서요."


원래 정원이 차 있었는데, 갑자기 빈자리가 생겼다는 게 도서관 직원의 항변이었다. 나도 한 때는 이런 그림을 그렸는데라는 생각을 하며 초등 고학년 때 학교 대표로 큰 대회에 참여했던 기억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그림 잘 그린다는 소리를 들으며 초등시절을 보낸 내가, 중학생이 되자 실력이 월등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특별히 노력을 하거나 고민할 것 없이. 그게 가계 보탬에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림을 그만 두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내 진짜 속내를 말하지 않고 '이제 그리기 싫어' 이 한 마디로 그림을 접었다.

그런데 이 책을 손에 받아든 순간, 내 마음이 말랑말랑해졌다. 그리고 사서 선생님의 이 '요청'이 내 가슴을 콩닥콩닥 뛰게 했다. 사실, 아이 키우며 문득문득 그림을 그리고 싶은 순간이 있었다. 하지만 바쁜 육아기간으로 내 손에 연필이 쥐어질 기회는 오지 않았고, 이후에는 아이들 학원비 걱정으로 그림을 다시 시작해볼 생각을 전혀 못 했다.


30년만에 4B연필을 들고 그린 그림


이 때부터였다. 30년 가까이, 내 인생에 그림은 없을거라 생각했던 기나긴 공백을 거슬러올라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생각한 게. 시간, 경제적 여력이 있어야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한 내게, <깊은 밤을 건너온 너에게>는 나의 삶에 가슴뛰는 기분좋은 봄바람을 살며시 불어넣어주었다.



시간이 없고 돈이 없어도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그림에 대한 설레는 마음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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