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시시 Feb 24. 2023

존중과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멘토를 잘 만나야 해


어떤 부모를 만나느냐에 따라 아이의 방향성이 달라진다.
어떤 상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직장 생활이 달라진다.
어떤 멘토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관이 달라진다.


작년 여름, 우연한 계기로 도서관에서 6주짜리 그림 수업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30년만에 그림 그린다는 사실이 나를 설레게 했다. 하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한 수업은 기대와 달랐다. 나의 스케치와 구도에 대해 선생님은 칭찬을 아까지 않으셨으나, 끊임없는 선생님의 ‘고쳐라’는 말씀은 나를 주눅들게 했다. 열심히 그렸는데 각도가 약간 틀어졌다며 쓱쓱 지우고, 명암이 들어간 게 뭉개졌다며 다시 하라고 하셨다. 학원 선생님 출신답게 꼼꼼하고 정확하게 지도해 주셨으나 이런 선생님 스타일로 나(와 함께 있던 수강생들)는 점점 흥미가 떨어졌고, 내 결과물에 대한 자신이 없어졌다. 더욱이, 일과 육아, 집안일을 하면서 6주간 2시간 수업 들으러 가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하던 일을 끊고 나가기가 어려웠고, 아이가 아픈 날은 아픈 아이를 혼자 두고 수업받으러 나갈 수 없었다. 미술 수업의 마무리는 <도서관 내 작품 전시> 였는데,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해가 바뀌어 2023년 1월. 이번에는 마을대학이라는 이름으로 그림 수업이 생겼다. 반년이 흐른 뒤였다. 갈까, 말까 망설여졌다. 언젠가부터 그림을 다시 그리고 싶어졌는데 학원비는 부담스럽다. 결국 무료 수업이나 동아리를 찾아야하는데, 작년 도서관에서 만난 선생님으로 내 흥미는 땅을 뚫고 쳐박혀 있었다. 그래도 무료수업인데, 한번 가보자!라는 생각으로 6주짜리 수업을 또 신청하게 되었다.



저는 선생님(수강생을 뜻함)들 그림에 손 안 댈 겁니다.
이미 살아오신 삶이 다르듯, 그림 스타일이 다 다릅니다.
제가 고치라고 말씀드려도 이미 자신의 기법이 있기 때문에
각자 원하시는대로 그리면 저는 첨언하는 정도로 진행하겠습니다.
자유롭게 그리십쇼,
즐기면서 하는 게 최고 아니겠습니까!


이번 선생님은 뭘 해도 잘 했다고 칭찬했다. 명색에 강사임에도 불구하고, 수강생의 그림에 손 대는 일이 없었다. 함부로 지우지도, 스케치를 해 주지도 않았다. 수강생이 너무 어려워하여 지도가 필요할 때에는 다른 종이를 들고와 살짝살짝 시범을 보이기는 했으나, 이어지는 설명으로 어떻게든 표현할 수 있도록 코칭해주었다. 내 정성과 노력을 존중받은 시간이었다. 올 해 6주간의 시간은, 내가 그림에 다시 흥미를 붙이게하는 계기가 되었다.


역시 멘토가 중요해.

요즘 틈나는대로 종이에 그림을 그린다. 애 키우는 엄마가 다 그렇겠지만 시간은 없다. 토막토막 잘려진 짧은 시간만 있을 뿐이다. 선 하나 긋고 막내 손에 이끌려 거실 한 바퀴 돌고, 선 하나 지우면 밥할 시간이고, 선 하나 그으려고 하면 애들이 부른다. 그래도 즐겁다. 짧은 시간을 이어붙여 독서하는 내가, 짧은 시간을 활용해 그림 한 장 완성하는 사실이. 물론, 아직 그림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고 형태가 있는 낙서 정도라고 해 두고 싶지만 말이다. 역시, 뭐든 즐기면서 하는 게 최고다!


내일은, 그 동안의 결과물로 작품 전시회하는 날!


 *** [매일 15분 책읽기 인증방] 멤버 모집 중입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기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