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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시시 Mar 01. 2023

누워만 계신 남편 엄마

부모님, 건강히 오래 사세요

남편이 말했다. 우리 엄마 ‘누워만 있다’고.

꽤 오래전부터 허리 디스크로 고생해 오셨는데 결국 일이 터진 거다.


어머님은 1남 5녀의 자식을 둔 ‘주가네 며느리’다. 어려서 유복한 가정에서 귀하게 자랐지만, 결혼하면서 시어머니를 비롯한 가정을 돌보느라 몸이 부서지는 것도 모른 채 몸고생, 마음고생, 돈고생하며 60년 가까이 살아오셨다. 남아선호 시대를 사셨기에, 딸-딸-딸-딸-딸은 나은 어머님은 누가 봐도 죄인이었고, 시어머니의 구박을 받으면서도 병수발 드셨다. 1980년, 5월. 드디어 고추 달린 손주를 낳고서야 어머님은 한을 풀 수 있었다. 그동안 못해본 돌잔치를 하겠노라 다짐하셨다. 온 동네 사람 다 초대하고 잔치를 벌이겠노라, 나팔 불며 신나게 춤추겠노라 벼르고 있었다. 드디어 주가네 외아들 돌잔칫날, 어머님의 시어머니는 돌아가셨다. 며느리의 한을 제대로 풀어주지 못한 채, 붙잡지도 못하게 그렇게 가버리셨다.


작년 코로나에 걸린 시부모님/ assisi 100x150mm


우리 시대의 엄마들, 대부분이 그렇듯, 어머님 역시 헌신과 자애의 대표적 인물이다. 남편 출퇴근길 새벽밥 차려, 와이셔츠 다려, 가계 보태겠다고 구멍가게에서 장사해, 주말에 농사지으면 새참 지어, 남편과 육 남매 도시락은 하루에 10개는 족히 싸, 반찬이라곤 김치뿐인데 그마저도 없으면 굶기 일쑤셨다. 영화나 드라마, 소설에서 내로라할 정도로 어머님은 온몸이 부서질 듯, 그렇게 희생과 헌신을 밥 먹듯 하셨다.


얘들아, 고모가 가장 후회하는 게 뭔지 알아?
어려서 엄마 안 도와준 거, 속 썩인 거…
그래서 우리 엄마.. 그니까 너희 할머니가 이렇게 아프신 거거든.


얼마 전 집에 다녀가신 애들 고모가 한 말이다. 어려서 노느라 엄마 말을 듣지 않았기에 지금 온몸 안 아픈데 안 쑤신 데가 없는 당신 엄마를 보며 뒤늦은 반성을 하고 있다고 말이다. 어머님은 지난주 허리 디스크가 터져서 수술하셨다. 당뇨병은 기본에 온갖 병이란 병은 다 달고 계셔서 모두 걱정하고 있었는데, 여든이 훨씬 넘는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감사하게 수술이 잘 됐다. 하지만 수술받은 후에도 여전히 신경이 눌려 한쪽 다리는 잘 못 움직이고 계신다. 한평생 잘 참고 견디며 살아오셨듯, 이번 병세도 속히 회복하시길 간절히 바라본다. 어머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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