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긴 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맞이한 3월 2일. 1호와 2호는 점심시간이 되자, 앞다퉈 집에 도착했다. 막내까지 유치원 개학을 한 월요일.
세 아이 보내고, 도서관에서 컴퓨터로 일하다가 집에 들어오니 1시. 아이들이 돌아오려면 1시간 반의 여유가 있다. 내게 영 돌아올 것 같지 않던 나만의 시간, 이 벌건 대낮에 나 혼자 이렇게 주어진 나를 위한 시간이다.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갔음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아이오기 직전 그린 그림, 내 마음은 벌써 여행 시작~!
아무도 없어 적막하리만큼 조용한 집 안. 먼지 하나도 떨어질 때 소리 내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것 같다. 라디오도 틀고, 찬양도 틀고, 아이들 들으라고 음악을 틀어놓기도 했던 두 달인데, 지금은 아무 것도 필요없다. 책상 앞에 정돈하여 앉기 위해 의자 끌어당기는 소리, 팔을 움직이느라 소매와 몸통 쪽 옷이 부딪히는 소리, 머리를 쓸어 올리는 소리, 가끔 숨을 크게 몰아쉬는 소리.. 조용하기 때문에 들을 수 있는 이 소소한 소음들이오히려 힐링해 준다.
이제 뭐 하지,라고 고민할 것도 없다. 내가 원하는 것은 딱 3가지. 정해져 있다.
독서, 글쓰기, 그림. 3가지를 모두 하기는 어렵고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얼마 전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빨리 읽어야 할 책이 있다. <친애하는 나에게>로 인기몰이한 하재영 작가의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이다. 친정엄마와 공동 집필한 회고록이라는 타이틀이 인상 깊은 이 책을, 한 시간쯤 읽었다. 요며칠 통 그림 그리지 못해 손이 근질근질하다. 종이와 붓을 꺼내 들어 내 마음을 담은 그림을 그렸다. 비록 내 몸은 대한민국 인천의 한 아파트에 있지만, 마음은 봄바람처럼 살랑이며 이미 태평양을 횡단했다.하루가 지난 오늘은, 어제 못한 글쓰기로 마음을 달래 본다. 어서 책을 읽어 서평을 올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