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독서한다’고 하면 따라오는 질문이 “무슨 책 읽으세요?”였습니다. 종이책의 역사는 길고 여전히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면 수많은 종이책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저는 종이책을 즐겨 읽는데, 거실 책장에는 책이 서로 키재기하듯 들쭉날쭉 꽂혀 있고 외출할 때에는 가방 속에 한 두권의 책을 넣어 다닙니다.
몇 년 전부터 다양한 형태의 출판물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독서한다'라는 말을 들으면 “무슨 책으로 읽어요?”라는 질문이 적절해 보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종이책 이외의 형태로 독서할 수 있는 경로를 살펴보겠습니다.
1. 전자책
‘전자책, 전자 도서, 이북, e북’이라는 다양한 이름이 있습니다(이하 ‘전자책’이라고 통칭하겠습니다). 전자책은, 컴퓨터 화면에 떠올려 읽을 수 있게 만든 형태의 책을 말합니다. 이동하면서 보기 편해서 핸드폰이나 패드로 보게 됩니다. 대표적으로는 ‘yes24, 교보문고, 알라딘’이 있습니다. 이들은 온라인 도서 구매 플랫폼입니다. 각 전자책에 해당하는 e북 앱이 따로 있는데 전자책 구매 후 도서 열람이 가능합니다. '밀리의 서재'라는 유료앱도 있는데, 오디오북으로도 유명한 이 앱은 아래 '3.오디오북' 내용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유료가 부담되는 분들은 공공 도서관, 교보 전자책에서도 전자책 대여가 가능합합니다. 제가 거주하는 곳의 공공도서관은 ‘리브로피아’라고 하는 앱을 이용합니다. 해당 앱으로 책을 빌리거나 예약하고, 도서관 전자책, 혹은 교보 전자책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지역별로 사용하는 도서관 앱이 다를 수 있으니 해당 지역 도서관에서 무슨 앱을 쓰는지 알아보시고 전자책을 활용해 보세요.
2. 전자책 리더기(e북 리더기)
e북 리더기는 전자책과 다른 개념입니다. 종이책을 대체해서 만든 기기니까요. 우선 200g 정도로 가벼워서 휴대하기 좋습니다. 스마트 기기로 전자책을 볼 때 화면이 빛에 반사되어 내용을 제대로 볼 수 없는 불편함이 있는데 e북 리더기는 햇빛 아래에서도 잘 보입니다. e잉크(전자잉크)를 쓰기 때문인데, 종이에 인쇄한 활자와 흡사한 느낌이라 눈의 피로도 적습니다.
3. 오디오북
아래 소개할 두 앱은, 첫 달은 무료이고 이후 월 사용금액이 9,900원입니다. 책 한 권 값보다 훨씬 저렴한데 골라 들을 수 있는 책의 수는 무제한이니 비록 유료지만 꽤 경제적입니다. 또, 귀로 듣는 오디오북이기에, 출근길이나 운동중에도 독서가 가능합니다. 최소한 오디오북 유저들 앞에서 ‘시간 없어서 책 못 읽는다’는 말은 핑계가 될 수도 있는 거죠. 이용 시 유의할 점이 있다면, 모든 오디오북이 완독으로 녹음된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완독으로 녹음된 오디오북도 있고 일부는 짧게 요약하여 녹음된 오디오북도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또,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이라 구독자 성향에 맞는 도서, 혹은 다른 독자들이 많이 읽는 도서를 추천해 줍니다. 이것은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독서를 시작하는 입장에서 무엇을 읽어야할지 모르는 분들께는 좋은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플랫폼은 각자의 색깔이 명확합니다. 그 색깔이 각 플랫폼의 장점이자 상대 플랫폼의 입장에서는 단점이 될 수도 있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이 덧붙이겠습니다.
밀리의 서재
무려 12만 권의 전자책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 플랫폼입니다. 베스트셀러나 신간도서의 업데이트가 빠르고, 다양한 도서가 있어 골라 읽는 즐거움이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손가락으로 버튼만 누르면 듣는 독서가 시작되는 겁니다. 그런데 음성은 AI라 혹시 기계음을 싫어하는 분들이 있다면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성우가 녹음한 것도 살펴볼 수 있으나 대부분 요약본이더라고요. 또한, 모든 책은 아니지만 일부 오디오북과 동시에 전자책 화면을 볼 수 있어 귀로 듣고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이라이트(형광펜 표시 기능)와 메모, 북마크 기능이 있어 앱 자체에 독서 기록도 남길 수 있습니다. 그밖에 챗북도 이용 가능합니다.
윌라
광고에서 한 유명 배우가 ‘귀깔나게 독서한다’는 멘트를 던지며 이름을 널리 알린 앱이 있습니다. 바로 '윌라'입니다. 이용해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밀리의 서재와 달리 윌라는 성우가 직접 녹음합니다. 일부 오디오북은 배경음악이나 효과음도 섞여 있기에 (소설과 같은 장르는) 마치 드라마를 본 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옵니다. 때로는 배우가 자신의 책이나, 유명한 다른 이의 책을 녹음하여 반가움을 더하기도 합니다. 작년 배우 양희은 씨가 <그러라 그래>라는 에세이를 내셨죠? 그 책을 양희은 씨가 직접 녹음작업을 했습니다. 그분 목소리로 녹음된 오디오북을 들으니, 그 분이 아주 가까이에서 직접 말씀하시는 것 같은 생생함이 더해졌습니다.
무료
오디언 도서관은 오디언이 각 지역의 전자도서관과 제휴를 맺어 제작되었습니다. 스마트 기기에 해당 앱을 깔면 도서관에서 소장 중인 무료 오디오북을 대여하여 들을 수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공짜로 오디오북을 이용할 수 있는 거죠. 신간 도서도 꽤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많지 않아 독서 초기에는 괜찮을 수 있지만 책을 많이 읽다보면 답답함을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또, 주민등록 거주지가 ‘서울’이신 분들은 ‘서울 도서관’을 이용하시면 좋습니다. 소장형 470, 구독형 3,000여 종이라 오디언 도서관보다는 콘텐츠가 많은 편입니다.
그 밖에 유튜브에서 ‘무료 오디오북’을 검색하셔도 무료 콘텐츠 즐길 수 있습니다.
제 경우, 전자책은 거의 이용하지 않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꺼내 읽을 수 있는 휴대성이 가장 큰 장점이지만, 세 아이를 키우는 제 입장에서는 지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는 “핸드폰 하지 마라."라고 잔소리하면서 정작 제가 독서한다는 이유로 핸드폰이나 패드를 끼고 산다면, 비록 ‘전자책’이지만, 아이들 앞에 덕이 될 것 같지 않아서입니다. 전자책보다는 오디오북을 듣습니다. 집안일하면서 책을 볼 수는 없으니까요. 아이들 픽업하러 갈 때, 장 보러 갈 때와 같은 틈새 시간에 오디오북을 활용하면 독서하기 어려운 저도 매달 더 많은 독서를 즐길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유튜브에서 오디오북을 검색하거나 오디언 도서관을 이용했습니다. 하지만 한 달에 5~9권을 읽는 제게 이들은 더 많은 갈증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이후로 유료 앱을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각각의 플랫폼이 소장한 책이 비교적 다르기에 온탕, 열탕을 오가듯 왔다 갔다 하면서 말이죠. 한 가지 주의할 것은, 앞서 말씀드렸듯이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이라 자칫하면 기계가 골라주는 책만 읽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평소 '읽고 싶은 독서 목록'을 따로 만듭니다. 인공지능이 추천해 주는 책 말고, 제가 읽고 싶은 책을 주도적으로 읽고 싶어서요.
오디오북으로 들을 때에는 지식 정보가 많은 책보다는 가벼운 에세이나, 이야기 중심의 소설을 듣습니다. 귀로 듣는 책인데 낯선 단어나 어려운 정보가 많이 들어있어 귀로만 듣는 책의 내용이 턱턱 걸리면, 들으면서 기억에 남지도 않을 뿐더러 이해하고자 스트레스가 쌓일 수도 있으니까요. 가장 좋은 독서는 종이책이라고 생각하지만, 다양한 경로로 읽을 방법이 있다면 필요에 따라 활용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제가 준비한 이 글이 마음에 드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이 글이 독서 초보가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이만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