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나_힘 빼기의 기술
카피라이터 김하나는 <힘 빼기의 기술>에서 누군가가 건네준, 지금은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책의 내용을 언급했다. ‘인생에서 우연이 얼마나 큰 힘을 갖는지를 깨달으려면, 지금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 세 가지를 떠올리고, 그 셋이 어떻게 내 인생에 들어오게 되었는지를 거슬러 올라가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 세 가지가 어떻게 자신의 인생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떠올린 후 거슬러 올라가 보았다. 그리고 스스로 놀랐다. 지금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세 가지는 모두 문제의 실연으로부터 왔기 때문이다. 인생이 아주 살 만하다고 느끼고 있었기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실연 때문에 외로움에 몸서리쳐 마음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아팠고 그로 인해 외로움과 우울증이 더해졌다. 친구와 절교도 했다. 마침, 그 책 속 질문으로 하여금, 이전에는 문제였던 상황이 생각해 보니 고마운 사건으로 여기가 된 것이다.
“인생에서 계획대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어떤 슬픔이 어떤 기쁨을 불러올지, 어떤 우연이 또 다른 우연으로 이어질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시간을 받아들이는 것. 그러다 어느 순간엔 모든 게 고맙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나님을 믿는 나 역시 이 말에 동의한다. 우리의 앞날은 한순간도 예측할 수 없다. 당장 1분 후에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는 게 사람이고 인생이다. 하지만 닥쳐온 상황에서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나는 건강한 사람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즉, 이것 또한 하나님의 뜻이려니 생각하고 ‘감사’하면, 감사가 ‘방패’가 되는 순간들이 온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한여름 오후, 찜통 무더위 속을 아이와 걸어가고 있었다. 오전에 소나기가 내려서 길 위의 웅덩이에 물이 한가득 있었다. 목적지 도착을 앞두고 횡단보도 앞에서 아이와 손을 맞잡은 채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길 기다리던 중이었다. 차 한 대가 교차로를 통과하려고 빠른 속도로 우리 앞을 지나갔다. 차바퀴가 지나온 길에 마침 깊은 물웅덩이가 있었나 보다. 포세이돈이 바닷속에서 솟구쳐 오를 때 그런 물기둥이 생길까, 홍해가 갈라질 때 그런 물벽이 생길까? 순식간에 하늘로 향한 세찬 물줄기는 고스란히 나와 딸아이의 온몸으로 수직낙하했다. 순간 내 마음엔 화산이 들끓어 폭발하기 일보 직전의 상태였다. 감정은 폭발해버리고 싶었지만 이성이 절제시켰다. 평소 ‘감사하자’고 말하던 내가 내 감정으로 아이의 감정마저 오염시킬 수는 없었다.
“딸! 이런 순간에는 어떻게 감사해야 하지? 엄마 너무 당혹스러워서 생각이 안 나.”
“음.. 날이 더운데 시원해졌으니 감사하지!”
청출어람!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아이에게 ‘가르침’을 운운하던 엄마가 아이에게 ‘배움’을 얻은 것이다. 아이의 감사 방패에 더 큰 감사를 느끼며 그날 기분 좋게 도서관에 다녀올 수 있었다. 비록 가벼운 에피소드를 언급했지만 솔직히 40년이 넘는 세월을 살면서 이것과 비교가 안 되는 수위의 ‘감사’한 일들이 많다. 하나님을 믿은 어느 날부터 그 모든 일들은 내게 더 이상 ‘근심, 원망거리’가 아닌 ‘감사거리’로 바뀌었다. 물론, 쉽지는 않지만 말이다. 솔직히, 그게 더 마음이 편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멘탈 관리가 어려운 세상살이다. 김하나 작가는 지나온 길을 살피며 감사를 ‘발견’했다. 크리스천인 나는 감사를 ‘방패’삼아 감정을 지켜냈다. 오늘도 내겐 녹슬지 않은 ‘감사 방패’가 있다. 지금껏 그리 살아왔듯 앞으로도 감사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감사, 그런 것까지도 감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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